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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박 양구 라는 친구 본문

내이야기

박 양구 라는 친구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6. 23:57

박 양구라는 친구

인생이라는 게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애초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맑고 투명한 시절을 지나, 바위 투성이의 험한 협곡을 흐르는 거친 물살에 휘둘리기도 하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일도 매진[⼀途邁進]하며 살아가는 게 보편적이지만 , 가끔은 담 [潭]과 같은 쉼터를 만나다 보면 주변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뒤돌아보는 여유로움으로 자신을 가꾸어 나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이 모이고 합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름다움보다는 지혜의 연륜을 품은 도도한 깊은 강물에 도착하여, 세상에 순종하고 부드러운 물결의 흐름과 함께하며 명경지수[明鏡⽌⽔] 로 자신을 보고 있는 세월의 눈을 보게 된다.

가끔 휘 몰아 치던 물결 속에서 함께 유영하며 부딪치다 언제 어느 바위에서 갈라졌는지, 손도 못 잡아본 채, 잘 가라는 말 한마디 못한 채 내 삶의 물결 속에 녹아버린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니! 내가 그 들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 잊혔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는 어느 한순간 내 삶 속에 조용히 한 자락 자리하고 앉아 있었다. 첫 대면이 그랬다. 나 역시 내 삶에서 가장 힘들던 시절이었고, 그 친구도 역시 나 만큼 힘든 삶에서 당시 내가 운영하던 조그만 당구장으로 찾아와 그냥 앉아 있었다. 여러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오던 끄트머리로 들어와 그네들이 어울리고 있는 빈자리에 다소곳 앉아 있던 그 친구는 그 일행들이 떠 나고 나서야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날이 그 친구가 인천에 처음 온 날이자, 내 가게에 처음 온 날이었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고 첫 만남 이후 이웃한 2 년여 시간 동안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 덕분에 마음의 응어리들을 함께 감싸 안아가며 그렇게 형제처럼 지냈다.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썹과 시원하고 맑은 눈망울과 장 동건 뺨칠 외모를 보여준 그 친구는 그날 이후! 우리 가게의 터줏대감이 되었으며, 그의 뛰어난 실력과 착한 품성 덕에 손님들도 매우 좋아하며 그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동안 그 친구는 가게 근처에 조그만 술집을 내어 한 동안 곧잘 되는가 싶더니 , 빚쟁이들이 찾아와 결국 가게를 손 털고 다시금 나와 지내다가 조그만 트럭 한 대 있으면 목구멍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겠다고 하여, 애면글면 트럭 한 대 마련해 주었더니 , 생선과 식재료들을 받아넘기는 중간 도매상일을 열심히 하여 보기에 참 좋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 그마저의 조그만 행복도 거머리 같은 이들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어느 날 강원도 어딘가로 떠난다며, 다시 보자는 전화 한 마디 하고는 처음 만날 때와 같이 조용히 물 흐르듯 사라진 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가 떠난 후 나 역시 무리꾸럭을 하느라 집을 처분하고, 전화도 바꾸고, 가게마저 처분을 한 상태라 그가 연락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요, 나 역시 그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라 지금까지 그리움을 뒤로 남기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몸을 맡긴 채 지금까지 흘러 오고 있다.

한 손 움켜쥐며, 허-이하며 한 마디로 질러대는 독특한 그만의 기쁨의 표현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심과 승리에 대한 절제심이 우러나오던 친구! 그렇게 어려운 자신의 환경에서도 끝내 자신을 힘들게 한 사람에 대한 원망 한마디 털어놓지 않던 가슴 따뜻한 그 친구를 떠나보내고 그동안의 고마움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했음을 깨닫는 게 이리 오래 걸린다.

내 인생에서의 물결은 어느덧 강물에 이르러, 뒤돌아 보는 눈길에 아쉬움과 그리움만 그득한데, 그 친구도 나와 같은 강물에 몸을 의지하고 있으면 더없이 고맙겠으나, 혹 지금까지도 어느 계곡의 바위골을 애쓰며 헤쳐 나가고 있을까 저으기 염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제 지나던 길에 우연한 마주침이라면 모를까 풍문으로라도 석바위 어느 한 곳에서 그가 나타났다는 얘기라도 들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인연은 없을 터이고 해서 실낱같은 소망을 담아 어느 날 박 양구라는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이 글을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2009. 6.25 

양구 씨! 석바위 귀빈 당구장 김 현관이야.. 이 글을 혹시 보거든 꼭 연락해. 보고 싶구나..
전화 : 010 - 3957 -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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