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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주 평범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해야 할 이유 본문

내생각들

아주 평범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해야 할 이유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8. 18:49

아주 평범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해야 할 이유

살다 보면 예기치 않게 얻어 듣는 말 중에서 꼭 자기를 두고 말하는 것 같고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지내 온 경험과 딱 맞아떨어져 자신도 모르게 공감을 하며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전문적인 심리학자들이 하는
강의라면 당연히 공감은 하겠지만, 무언가 포장된 말 같고 마음에 싸~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찜찜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보통사람의 평범한 삶이 묻어 나오는 말에는 동질성과 함께 신뢰성을 포함하게 되는 면이 있어서인지 그대로 마음과
몸이 따라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평범한 부부들이 살아가며 집 안팎에서 느끼는 감정들 중 아이의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부분과, 첫 아이 출산 전, 후의 남편들의 무지와 무심함, 친정과 시댁, 본가와 처가라는 어찌 보면 서로 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구성 부분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를 타인에게 얘기할 때 그 공감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부부 당사자의 문제가 아닌 또 하나의 인간 매개체인 아이들이나 부모 형제들인 제삼자라는 인간 고리들이 연결되어 있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며 수다의 재료로 오르내릴 수 있겠다.

하지만 수다의 재료 중에서 부부 당사자 간의 애증이 포함된 다툼에 대하여는 수다거리가 아닌 대화의 자세로 변화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제삼자라는 연결고리가 아닌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모드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후배와 조촐한 술 약속을 하고 집을 나섰으나 업무 때문에 조금 늦겠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미리 약속 장소로 가 있으마 했다. 조금 이른 탓인지 한 팀의 손님밖에 없었고 그 들은 이미 전주가 있어 조금은 시끄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할 일도 없었던 나는 그 들의 대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갓 장년에 입문한듯한 그 들의 대화는 매우 재미있고 진지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매끄럽게 풀어 나갔다. 그들 삶의 한 구절이다.

약간 취한 남자 1의 표현을 빌자면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쉬는 날 없이 죽도록 일을 하여 이제는 좀 살만 하지만 앞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자신이 마련한 재물이 적은듯해 쉴 수가 없는데 자신의 부인은 놀아 주지 않는다는 푸념만 한다고 남자 2에게 넋두리를 하자 /

남자 1의 부인은 결혼 후 10년이 넘도록 명절이나 휴일도 없이 일하는 남편이 안 되기도 했지만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아빠를 이웃집 아저씨처럼 대하는 말투가 너무 싫다는 반론을 하여/

남자 2가 어떤 조언을 할까 귀를 세우고 있는데 느닷없이 여자 2가 나서서 말을 한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가족보다 일이 먼저인 것을 당연하다고 착각을 한다. 물론 열심히 일 하는 것 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일 하는지를 알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안의 화초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물을 주어야 산다. 가족들이 특히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처럼 얘기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사랑의 표현과 다정한 말 한마디씩이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며 부인들도 마찬가지다 "

참 속 시원한 말이다. 박수를 받을만한 말이었다. 아주 평범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이 꼭 새겨 들어야 할 말이었다. 우리네 남자들은 자기 아니면 회사나 조직이 안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을 하며 산다. 자기가 회사나 조직의 중심인 줄 안다, 물론 중심이 되는 구성원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 중심들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현명함을 가진다. 저렇게 가족에게 원망도 안 듣는다.

불행하게도 나 역시 남자 1과 같은 부류였다. 20여 년의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아비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훌쩍 커 버린 두 아들과 남편의 다정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듣고 시커멓게 타들어간 속과 그 속을 두들기는 주름진 아내의 손뿐이다. 다 늦게 삶의 방법을 깨 닫고는 아내에게 속죄하며 아이들에게 자상하고자 하지만 이빨 빠지고 발톱 빠진 호랑이는 되려 보호를 받아야 할 토끼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더욱 남자 1과 같은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말이다.

우리는 살아온 추억을 그리워한다. 그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추억의 자리를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한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살아온 날 들이 살아갈 날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커 갈 때는 아빠의 빈자리가 매우 크지만 그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이미 아빠가 만들어 줄 아이들의 자리는 매우 적다.

부부간에는 추억의 자리가 시작되는 날부터 아낌없이 끊임없이 사랑의 표현을 해야 한다. 나이 들다 보면 정열도 차츰 스러진다. 사랑의 정열을 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깨달으며 살기에 너무도 짧은 삶, 잘 살아 냅시다.


2009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