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야기

당진기행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6. 11:28

https://youtu.be/g0VRr_UyDJI?si=Vo5FHe4fwRnuTHW7

 

 

당진기행

어느 날! 술자리에서 기경이와 삼천포친구 철현이와 당진에 가기로 느닷없이 약조하였다. 철현이가 성욱이 근무하는 발전소에서 약 한 달간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 빌미라면 빌미가 되겠고, 합덕에 사는 행철이와 연락이 된다는 기경이의 말에 내가 혹한 것이 결정정인 이유가 되겠다.

약속한 날 철현이의 차로 당진으로 떠났다. 당진터미널에서 행철이를 기다리는데 낡은 트럭에서 내려 터미널문가엘 들어서는 행철이의 모습이 보인다. 수 십여 년이 흘렀어도 대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인데 행철이가 하는 말이 짠하게 가슴을 친다. "검은 머리 때 만나, 이제 반백이 돼서야 다시 만나니 다음엔 언제 만날까!"

일출과 노을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왜목마을"에서 회 한 점에 소주 한잔씩 하고 있으려니 성욱이가 횟집으로 찾아왔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들렀단다. 식사 후 성욱이를 제외한 일행은 발전소 홍보관 위쪽에 있는 팔각정자 "석문각" 엘 올랐다. 석문각의 편액은 J.P 가 썼다는데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편력 중에 한가로이 붓을 놀릴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정자 앞은 노란 잔디가 잘 정돈되어 보기 좋았는데 일단의 아줌마 무리가 밀물처럼 우르르 정자를 습격해 와 정자 안을 정신없게 하더니 어느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마간산이 괜한 말은 아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석문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정면으로 멀리 풍도와 육도, 그리고 영흥화력 발전소까지 보이고, 오른쪽으로 입파도와 국화도가 거뭇하니 보인다. 왼쪽으로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대난지도와 소난지도가 보이는데 역광을 받아서 갯벌과 바다의 일렁임이 햇살 따라 유리처럼 잘게 잘게 부서지며 날카롭게 빛나고 있다.

석문각에서 내려와 대호방조제를 달려가니 중간즈음에 도비도 농어촌 휴양지가 보인다. 휴양지 숙소 위에 둥근 지붕을 하고 있는 전망대와 휴게실이 있는데 방문객이 적어서인지 문을 닫아 놓고 있다. 그래도 전망대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훌륭하다, 눈앞에서 족구를 하고 있는 이들의 함성이 도비도의 하늘에 힘차게 울려 퍼진다.

도비도는 대호방조제 건설로 인해 육지가 된 된 섬이다. 방조제 끄트머리에는 커다란 포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하여 "삼길포"! 이곳은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대규모 포구로서 몰동량이 엄청났다고 한다. 포구 가득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지역 경제가 활발할 당시에 근처의 섬사람들과 뱃사람이 어울려 흥청대는 노랫소리가 서해 앞바다를 넘어 저 중국에까지 이르렀다는 말이 흐를 정도였다는데 이제는 은성했던 영화는 뒤로 하고 고깃배와 낙싯배로 옹골차게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곳이나 흥망성쇠가 있는데 그래도 이곳은 물동량이 줄었어도 지혜로운 변화의 대처로 인해 알찬 포구 운영을 하고 있어 지금도 휴일이면 꽤 많은 외지인들이 찾는다고 하니 참 잘 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삼길포를 끝으로 성욱이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려 모처럼 동창들의 회포를 풀었다. 정년을 앞둔 성욱이 의 소신도 듣고, 행철이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청와대 비서실 근무와 공수부대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행철이는 농사꾼으로서 30여 년을 지내 온삶과, 실물경제 및 정치에 대한 바른 소리를 하는데 뺀 질 거리는 도시 친구들보다 속이 야물어 주머니가 터질 정도의 소견을 지닌 채 지금껏 멋지게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행철이의 말을 들으며 그가 살아온 멋진 인생에 그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하면서 힘찬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당진친구 성욱이와 합덕친구 행철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중에 농사꾼이 줄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다면서 행철이가 쌀꾸러미를 내미는데 우정을 받아 드는 마음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멋진 촌놈! 내 친구 행철이...   2012. 10. 12  - 그루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