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제천여행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6. 12:38

https://youtu.be/Tuv-XRtoyvA?si=vcl5YI-E7F1GCdzH

 

 

 제천여행

주천강을 끼고 돌아 나오는 길에 햇빛에 반사된 물결이 영롱한 보석되어 반짝이는 황둔(오미)저수지가 보인다.이제는 제천 땅이다. 늦 단풍마저 보이지 않는 황량한 겨울이지만 구불구불 넘어가는 고갯길의 풍경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데 내리막길의 경치에 취하며 감성에 젖기도 전에 차는 의림지엘 들어선다.

의림지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본래 "임지"라 하였다.호반의 둘레가 약 1.8키로 정도이다. 수 백년 수령의 소나무들과 수양버들이 특히 아름다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 소양강과 함께 빙어낚시로 유명하다.

의림지엘 들어서자 가벼운 트레킹 차림의 서너 무리의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저수지에는 청둥오리들이 내려 앉으며 긴 물 자국을 보여 주는데 그 물 자국에 비친 햇살이 눈에 어린다.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의림지 전체를 둘러 봐도 움직임이 거의 없이 한가롭고,차 한잔 할 수 있는 카페도 문을 열지 않아 아쉬움을 담고 의림지를 떠났다.

제천시내를 지나 한참을 가다 보니 눈앞에 웅장한 기암이 눈을 잡아 끈다. "금월봉"이라는 이 엄청난 바위는 바라만 보아도 소원이 이루어지는 신령스런 바위산으로 일명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기도 한다는데, "금월봉"을 바라보며 며칠 안 남은 남수와 순진씨의 축복받는 혼인과 앞날의 무한한 행복을 기원하였으니 틀림없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은하수처럼 이어질 터이다.

"남수야 ! 길이 행복하렴..."

"금월봉"을 지나 호반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한 눈에도 굵직한 벚나무들이 길 양편으로 끊임없이 늘어 서 있다.이 곳은 고도도 높고 기온이 낮아 전국에서도 가장 늦게 벚꽃축제가 벌어진다는데,봄이면 길고 풍성하게 늘어진 벚꽃들의 모습이 장관이란다. 나목의 상태에서도 저리 듬직한 본새로 보아 봄이 되면 틀림없이 호수와 어우러진 장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되어 언제고 흐드러지게 피어 난 벚꽃속에 묻혀 향연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윽고 창밖에 시원한 모습의 청풍호반(충주호)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청풍랜드”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거대한 물의 기운이 온 몸으로 빨려 들어 오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풍랜드” 들어서는 입구에 “자드락길” 제 1코스의 시작점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제주의 올레길이 전국적으로 걷는 길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고 걸음의 일상화가 자리잡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의 의미를 담은 이 곳의 “자드락길”은 올 봄에 개통이 되었는데 청풍호반과 어우러지는 산길을 둘러 보며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할 수 있을 좋은 길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란다.

금수산을 배경으로 날렵하게 세워 진 청풍대교를 지나 면소재지에서 연근으로 신지식인장으로 선정된 집에서 연근정식과 오리구이로 식사를 하고 “청풍명월 수석전시관”과 “천주교 청풍공소”까지 들러 보았다. 청풍공소는 자그마한 본당의 모습이 정겹고 사제관 앞에는 규모에 걸맞지 않은 큼직한 목련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지금 꽃잎은 지고 없지만 봄이면 푸근히 성당을 감싸 안으며 환한 빛을 보여 주리라,이 곳 역시 충주댐 건설로 수몰의 아픔을 지역 주민과 함께 겪은 곳이라 그런지 작은 성당의 모습이라도 주민과 함께 했다는 의로움이 은근하니 풍겨 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공소를 떠나 “비봉산” 자락에 있는 “모노레일”을 타 볼 요량으로 “청풍호 활공장” 방면으로 떠났는데 겨울철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모노레일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하여  “비봉산” 자락을 빙 돌며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을 바라 보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조그만 곶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럴듯한 가옥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사철 변하는 청풍호의 아름다움을 집안에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되돌아 나와 호수를 내려다 보는 언덕위에 1984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와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청풍문화재단지”엘 올랐다. 이 곳에는 오랜 세월 풍화를 견뎌 낸 선조들의 삶과 숨결이 운치 있게 되살아 나 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에서 마주하는 목조와 석물,이끼 낀 돌부리와 들꽃 한송이,쪽빛 물결과 푸른 하늘과의 시공을 넘나드는 무언의 교감은 깊은 감동을 준다. 다만 충주댐 건설로 인해 5개면 3천여 가구가 수몰되어 저 멀리 내려다 보는 아름다운 청풍호반의 물밑에 그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아픔이 잠겨 있을 테니 감히 아름다움만을 토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의 5개 악산 중 하나인 “월악산” 자락의 “송계계곡”을 들러 보았다.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바위들이  맑고 차가운 계곡물과 어우러져 넓리 퍼져 있어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 보았다.굽이치는 계곡을 돌아 “사조마을”을 지나자 “수안보온천”이 다가 온다. “수안보온천”에서 먼 옛날 직원들과 함께 들렀던 추억을 되살리며 고속도로에 들어 섰다. 오늘 하루의 멋진 여행은 이제 나의 추억으로 삶의 경험이 되고 앞 날을 살아가는 튼실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이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M. 프루스트-

 

2012 . 11. 29    -  그루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