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짦은 이야기
항아리와 동치미
김현관- 그루터기
2024. 10. 22. 11:00
항아리와 동치미
정류장 바닥에 누워 있는 파란 항아리
어느 시인의 글이 적힌 그곳에서
난 할머니의 동치미를 떠올린다.
화춘옥의 담벼락,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던
시원한 그 맛, 얼음이 사각대던 소리,
어린 시절 그 기억 속으로
파란 항아리가 나를 이끌어 간다.
버스가 오기 전, 잠시 멈춰서
파란 항아리 속 추억을 마신다.
땀방울 흐르는 이 더운 날,
시원한 동치미가 그리워지네.
아직도 내 안에 남은 할머니의 손맛,
항아리 속엔 시인의 시구가,
난 그 안에 동치미를 본다.
무서리 젖은 이파리처럼
시원한 맛이 마음속에 퍼져가고,
화춘옥의 동치미 항아리들 속엔
그리움이 서려 있다.
지나간 세월, 그때의 시원함...
정류장에서 파란 항아리를 보며
그리운 할머니의 손길을 느낀다.
어린 날의 내 모습까지.
# 마트에 아내 심부름을 다녀 가던 길..
큰 애오면 먹인다고 고기 한 칼 끊어 가던 길
정말 더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