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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a Bocelli, Sarah Brightman - Time To Say Goodbye (Live From Teatro Del Silenzio, Italy / 2007)

김현관- 그루터기 2025. 5. 2. 12:35

https://youtu.be/4L_yCwFD6Jo?si=qlSeIf0eGj1Haun2

Andrea Bocelli, Sarah Brightman - Time To Say Goodbye (Live From Teatro Del Silenzio, Italy / 2007)

 

당신과 함께

(Guam) 중부 해변과 투몬(Tumon)만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이라는 명소가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뿐만 도스 아만테스(Puntas Dos Amantes)'라고 불리는 이곳은 지난날 두 연인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자살했던 슬픈 사연을 지닌 장소로 유명합니다.

스페인의 식민지로 지배받던 시절인 약 300여 년 전, 이곳에 괌의 원주민인 아름다운 한 차모로(Chamorro)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차모로 남자가 있었지만 부모에 의해 권력을 가진 스페인의 늙은 선장과 결혼을 강요받게 됩니다.

불가항력적인 강제 결혼을 하루 앞두고 이 여인은 연인과 함께 몰래 섬을 빠져나가려다 군대에 쫓겨 절벽에 이르자 두 사람은 머리카락을 함께 묶고 서로 손을 잡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유명한 것은 앞서 언급한 감상적인 전설뿐이 아닙니다. 이렇듯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들의 정사(情死) 사건은 어느 곳이나 흔히 있는 일인데, 유독 이곳에서 일어난 이 사건이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기념되는 것은 원주민인 차모로 연인의 사랑을 갈라놓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자체가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하여 발생된 괌의 슬픈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랑의 절벽은 괌으로서는 그나마 유일한 식민(植民) 백인에 대한 레지스탕스(Resistance)의 메카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신혼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막다른 절벽에 몰린 한계 상황에서 영원한 사랑을 위해 함께 죽음을 선택하고 세상을 향해 작별을 고하는 차모로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바그너 (Wagner)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 Isolde), 구노(Gounod)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Romeo et Juliette), 그리고 베르디(Verdi) 오페라 아이다(Aida)의 비극적 사랑을 연상케 합니다. 이렇듯 사랑의 절벽에 남겨진 차모로 연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하노라니 언뜻 듣고 싶은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세계 정상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m)과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가 함께 부르는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Time To Say Goodbye)>입니다. 이 곡은 프란체스코 사르토리(Francesco Sartori)가 루치오 콰란토토(Lucio Quarantotto)의 시에 곡을 붙인 <너와 함께 떠나리(Con te Partiro)>의 영어 버전으로 안드레아 보첼리가 1995년 산레모 가요제에서 부른 명곡입니다.

그 후 사라 브라이트만이 이탈리아 여행 중 어느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안드레아 보첼리를 찾아가 원곡인 <너와 함께 떠나리(Con te Partiro)>를 수정하여 함께 부르게 된 곡이 바로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 (Time to Say Goodbye)>입니다.

또한 이 곡은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팝페라(Popera)라는 장르의 위치를 굳건히 한 곡으로 이 두 사람을 생각할 때면 함께 떠오르는 유명한 노래입니다.특히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평생을 음악에 바친 안드레아 보첼리의 열정적인 목소리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청아한 천상의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Time To Say Goodbye)

혼자 있을 때 수평선을 꿈꾸며 침묵에 잠깁니다
방안엔 빛도 없고 태양도 없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있지 않으면
창가마다 내 마음을 펼쳐요. 당신이 날 사로잡아 버린 마음을
당신은 내게 빛을 채워 주네요. 길가에서 발견한 그 빛을

이제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간이에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당신과 함께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상
지금부터 당신과 함께 그곳에서 살 거예요
당신과 함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거예요

이제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이에요

당신이 멀리 있을 때면 수평선을 꿈꾸며 침묵에 잠깁니다
그래요 나는 알아요. 당신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나의 달, 나의 태양, 당신은 여기에 나와 함께 있어요
나와 함께, 나와 함께.......

이제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간이에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당신과 함께 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상
지금부터 당신과 함께 그곳에서 살 거예요
당신과 함께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날 거예요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
당신과 함께 살아갈 거예요
당신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서 떠날 거예요
바다 끝까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서
당신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려고 떠날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들을 때마다 가슴 설레게 하는 애틋한 노래입니다. 마치 지상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情死)을 통해 저 세상에서 영원히 누리고자 하는 차모로 연인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특히 노래 말미에 "To Con Te(당신과 함께)~" 하며 듀엣으로 길게 외치듯 부르는 부분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머나먼 곳으로 떠나면서 '굿바 이'하며 손을 흔드는 연인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