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수창의 사진전 <기하학으로의 여행>에 초대
롤랑 바르트의 스투디움과 푼크툼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잡문을 끄적이며 기억만으로 존재를 각인시켰던 순간들,
시간적 환각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애매함을 더듬던 시간들…
결국 그 애매함에 대한 강력한 확신을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사진 속 존재가 나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옛날 앨범 스캔작업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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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후배 사진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하지만 가족 모임이 있어 아쉽게도 가지 못했고, 미안한 마음에 후배가 사진 강의를 위해 만든 영상을 대신 보게 됐다.
그 영상 속에서 바르트의 『밝은 방』에 나오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에 대한 설명이 나왔는데, 단편적으로만 소개되다 보니 나같은 사진초보자에게는 낯설고 뭔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조금 어긋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내 나름의 '겉바속촉' 같은 개념이라면 말이지. 겉은 어렵고 딱딱해 보이지만, 그 안은 생각보다 말랑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을 스캔하며 느꼈던, 그 '기억만으로 존재를 각인시키는 순간'들.그 ‘시간적 환각 같은 애매함’, 그리고 그 애매함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찾아 헤매는 그 과정이야말로…
오늘 내가 옛 사진을 보며 붙잡고 싶었던 그 ‘애매함에 대한 강력한 증거’,그리고 ‘비록 그 존재가 나에게만 의미 있을지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특별한 무언가… 그게 바로 푼크툼일 가능성이 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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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진 전체의 맥락, 즉 스투디움 속에서 문득 불쑥 튀어나와 내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디테일. 그게 나만을 향해 속삭이듯 다가오는 푼크툼 아닐까.
스투디움은 “아, 이 사진엔 이런 게 있구나.”라며 일반적인 감상이고,
푼크툼은 “어? 저건 왜 이렇게 내 마음에 와닿지?” 하는, 강렬하고 개인적인 찔림 같은 것.
스캔 작업을 하며 사진 속 인물이나 배경을 파악하는 건 스투디움의 영역일 테고,그 와중에 문득 어떤 사진의 특정 부분이나 분위기가 과거의 애매했던 감정이나 기억을 확신하게 만드는 순간,그게 바로 푼크툼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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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고 있는 그 ‘증거’라는 것도, 어쩌면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아주 작은 푼크툼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만 의미 있는 그것을 찾으려는 그 여정 자체가 사진을 더 깊이 있게 마주하는 방법 아닐까.
이제부터는 단순히 스투디움만이 아니라,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 푼크툼을 찾는 재미도 함께할 것 같다.
차츰 개념을 이해하다 보니,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앨범 속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밀려온다. 백수의 소일거리치고는 꽤 괜찮은 일거리를 하나 얻은 셈이다. 20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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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수창의 사진전 <기하학으로의 여행>에 초대
EXHIBITION PREFACE, 전시 서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도 놀라운 질서를 품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일상의 풍경 속에 숨겨진 기하학적 패턴과 형태를 포착해서, 보이지 않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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