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오래된 마을의 골목 – 풍경

김현관- 그루터기 2025. 6. 4. 23:10

오래된 마을의 골목 – 풍경

오늘은 인천 동구의 오래된 마을을 주제로 한 사진 강좌 첫 날이었다. ‘사라질 위기의 마을 풍경을 기록한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이 강좌는 단순한 사진 수업을 넘어서, 다가올 전시에 대한 기대감까지 품게 만든다. 사진기로 오래된 골목을 걷고, 바라보고, 그 시간과 감정을 기록한다는 것이 나에겐 더없이 자연스럽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수업에 참석한 인원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자기소개를 들으며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단단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다. 나 혼자만 준비가 덜 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이 분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가 되었다. 나보다 앞서 경험을 쌓은 이들과 한 공간에서 사진을 배우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귀한 기회라 생각이 든다.

첫 날 수업은 오래된 마을의 골목 풍경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강의 방향과 수업의 흐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강의 말미에 금창동 골목길을 걸어보니 낯선 풍경 속에서 묘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낮은 지붕, 조용한 담벼락, 사람의 손때가 묻은 창틀들. 피사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창영초등학교 아래의 작은 가게에 들러 맥주 한 캔씩을 나누며 오늘을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내의 인간관계가 참 넓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한 분은 아주 오래 전에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인연이 있는 분이고, 또 다른 분은 아내의 초등학교 1년 선배였다. 그분은 지금은 전문가로 활동 중이라 강의를 하셔도 손색이 없는 분일텐데, 사진과 공간을 매개로 기꺼이 수강생 신분으로 참석하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조용히 생각해봤다. 내년이면 중사모카페가 20주년을 맞는다. 작게나마 기념 사진전에 제출할 사진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번 강의에서 찍게 될 사진들 중 몇 장은 그 전시에 출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매주 수요일마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걷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펼쳐질 몇 주의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기록하게 될까. 단지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라, 그 풍경 안에 나의 시선과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오래된 마을의 골목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를, 그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남긴 이야기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 202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