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월드음악-샹송,칸초네,탱고,라틴등

Paco Ibáñez / Por Una Canción (Polydor)

김현관- 그루터기 2025. 6. 15. 16:25

https://youtu.be/hQvGkz6Tg20?si=VRP0ND89al7_pjLG

 

파코 이바네스/노래 하나로
Paco Ibáñez / Por Una Canción (Polydor)

스페인 카탈루냐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파코 이바네스의 대표 음반, 스페인어권 대표 시인들의 작품을 가사로 차용해 노래한 이바네스는 1990년에 이 음반을 발매하며 독재 정권시절 저항했던 1970년대에서 벗어나 보다 철학적으로 깊이 들어간 내면의 세계를 노래했다.

유럽에는 트루바도르 Troubadour라고 불리는 음유시인들의 역사가 있다. 중세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들은 작은 휴대용 하프를 가지고 다니면서 영웅들의 무용담, 신화와 전설, 먼 왕국의 민담,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이 전통은 16세기에 들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반주를 맡았던 하프는 서서히 비우엘라vihuela 같은 초기 기타의 원형으로 대체되었다.

음유시인들도 좀 더 다양하고 세속적인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또한 음유시인들의 음악과 이야기들은 서서히 유럽 대륙 전역으로 널리 퍼졌는데, 프랑스에서는 샹송, 이탈리아 에서는 칸초네, 그리고 이베리아반도에서는 칸씨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유럽 각 지역에서 음유시인들과 음유시가의 전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파코 이바녜스는 현대 음유시인들 가운데 독보적인 카탈루냐 태생 음유시인이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언어와 고유 관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스페인의 경제와 문화를 주도한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마드리드 사람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 카탈루냐의 중심에 있는 도시가 바로 바르셀로나다.

그러나 라이몬 Raimon이나 마리아 델 마르 보넷Maria del Mar Bonet, 유이스 아트 Lluis Llach 같은 카탈루냐 출신 가수들이 카탈루냐어로 노래를 부른 것과는 달리, 파코 이바녜스는 대부분의 노래를 스페인의 공용어 카스테야노로 불렀다. 그가 50년 동안 불렀던 노래들은 모 두 스페인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까지 포함한 모든 스페인어 지역에서 배출된 시성들의 작품에 멜로디를 붙인 것들이다.

그래서 스페인어권 현대 시인들은 이바녜스와 끊임없이 교류해왔다. 시인들이 새로운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이바네스가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 노래들 속에는 인간 본연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이런 진정성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은 파코 이바네스를 가리켜 '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음유시인의 전통을 이어 가는 가수'로 평가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이바녜스는 바스크 지방을 비롯해 이베리아반도의 민요나 저항가요를 채보해 노래하고 음반으로도 공개하고 있다. 이 음반들의 표지에는 미술을 전공 했던 그의 경력이 반영되어 있다. 람브라스 거리 외곽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파코 이바네스의 새 음반 포스터가 거리의 벽마다 붙어 있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항상 저항했던 사람, 태평성대 시절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던 예술가.

얼마나 걸었을까. 어둑어둑해진 람브라스 거리에서 악사가 홀로 기타를 치며 이바녜스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루벤 다리오Rubén Dario의 시에 이바녜스가 멜로디를 붙인 < Paco Ibáñez / 젊음은 신성한 보석 Juventud Divino Tesoro>이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그들이 물려받은 문화유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것 같다. 람브라스 거리에서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나는 파코 이바네스 의 유산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황우창

Paco Ibáñ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