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짦은 이야기

겹바지 벗던 날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23. 16:23

겹바지 벗던 날

겨우내 숨어 있던 목련이 눈에 잡혔다.
! 잡혔어..니가 술래야.
방싯방싯 눈웃음에 바알간 홍조띤
안개 춤추는 4월의 어느날 아침.

겨우내 술래잡기하던 봄이 다가왔다.
영양사의 봉긋한 앞섶에 살풋 미소짓다
햇살 가득찬 식탁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해맑은 4월의 어느날 정오.

겨우내 신선놀이하던 벗이 찾아왔다.
털복숭이 두팔 가득 유채향 담고
넓직한 등판에 매화향 담뿍 지고서 허허
된장같은 벗이 다가온
구수한 4월의 어느날 오후...

겹바지 벗던 날.

 2012 .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