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석화산의 아침풍경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25. 14:35
석화산의 아침풍경
석화산의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다정하다. 10년이 넘도록 매일같이 보며 지나던 이 길,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길이다. 오늘 아침, 첫눈이 내려 눈부시게 흰 능선이 석화산의 다정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눈 내린 뒤에도 산을 감싼 구름은 산과 개펄을 적시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알간 햇빛은 그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산을 타고 내려와 마치 이 순간을 빛내기라도 하듯 산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빛나는 풍경 속에서 문득 희망을 본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이 산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묵직한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면 이 익숙한 풍경도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정년이라는 굴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시간이 이제는 나에게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해와 구름이 매일 다른 모습으로 산을 찾듯이, 내년이 지나면 나 역시 또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익숙했던 일상의 풍경도, 낯선 새로움도 결국은 하나로 이어져 내 인생의 이야기를 완성해갈 것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석화산의 아침을 맞이하며, 그 길을 천천히 지나간다. 이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의 전부가 될 것이기에, 나는 이 길 위에서 또 한 생각을 채우며 지나간다. 2016.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