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돌게 잡으러 갔다 하루를 깨우치다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0. 14:59

https://youtu.be/vagrOiAg9HQ?si=cIzVHsQhM7h5B2_H 


오늘은 직원들과 돌게 잡으러 가는 날이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고,모든 준비가 순조로워 기분도 상쾌하다. 간조시간이 10시30분이면 2시간여는 충분히 돌게를 잡을 수 있겠다.. 출발시간이 여유로워 그동안 한 번도 안 가보았던 화물청사역 옆으로 나 있는  자전거 도로를 끼고 가는데 의외로 경치가  볼만하다.

한 가지 걸리는게 쪽사리(조수간만의 차이가 가장 적은 사리-(반대 : 백중사리)라 조심스러웠는데 개펄에 도착하고 나서야 행운은 우리 편이 아닌 것을 알고 썰물에 생기는 웅덩이에서 건져 올려 회를 치려던  우럭 세꼬시는 포기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모두 열심히 수고한 끝에 돌게만큼은  집에 가지고 가서 큰소리 칠수는 없어도 충분히 먹을만한 양을 건져 올려서 모두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 사이에 창기씨는 낙지를 잡고,원주씨는소라도 따고,그 중에서도 병선씨는 그물로 연신 자잘한 바닷새우를 건져 올려, 맛깔스런 튀김을 먹게 해 주면서 "돌게해물탕"과 "돌게라면"의 국물맛을  시원하게 해주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

본시 게란 동물은 옆으로 걷는다 하여 "횡행공자"라 칭하고,창자가 없다하여 "무장공자"라고도 불리며,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속담등 우리네와 아주 친숙한 존재이다.특히 돌게는 꽃게보다 껍질이 아주 두꺼우며 개펄의 조그만 돌틈에서 서식을 하는데 간장게장으로 담가 먹으면 그 맛이 꽃게장도 물리칠 정도로 아주 맛있다.

일주일 전! 장봉 앞바다로 우럭낚시를 다녀오고 오늘은 돌게를 잡아 맛깔스럽게 안주와 식사를 하고 나니 즐거움이 쏠쏠하다.이 곳에서 근무한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갔어도,바닷가를 섭렵할 생각을 못하고 그저 휴일이면 섬 밖으로 튀쳐 나갈 생각만 하던 지난 날의 시간들이 새삼스레 아쉬움을 던져 준다.

사람은 주어진 여건에서 즐길줄도 알고 배우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나는  아직도 스스로 경험을 못하면 알상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아집과 편협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바보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도 안타까울 따름이다.앞으로 언제까지 이렇듯 되집어 보며 후회하는 인생을 살아갈지 적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과 후회를 달고 사느니 생각난 김에 아예 깨닫고 행하라 스스로에게 강제로라도  족쇄를 채우며 사는편이 백 번 나을듯 하여 더 이상 고민할 것 없이 행하기로 작심해야겠다..

지금까지 발전 없는 고루한 일상을 보내다가, 기분좋게 바다를 벗삼아 우럭도 낚고 돌게도 잡는 일상의 사소한 변화에서, 어느새 무심하게 보내던 일상까지 잡아채고는 하루를 정리하는 중에  조그만 깨우침이라도 얻었으니, 줏대없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갈 지 몰라도 우선은 약간의 더하기 삶을 얻은듯하여 마음은 평안해진다.

 2011 - 10 - 11       - 그루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