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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본문

음악이야기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김현관- 그루터기 2026. 2. 6. 23:25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 세대에게 깊은 감성을 선사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어둠이 내린 밤, 전파를 타고 흐르는 그의 목소리와 음악은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의 삶 자체가 우리 시대의 한 페이지를 담고 있기에, 그가 전하는 음악과 이야기들은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과 추억을 자아낸다.

이종환은 1948년 공주 출신으로, 1980년대 ‘3대 DJ’ 중 한 명으로 불리며 한국 라디오 문화의 한 획을 그었다. 음악과 사람을 사랑하며, 라디오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교감했고, 방송인으로서 깊은 애정을 쏟았다. 고인은 베트남 전쟁 참전 경험도 지녔는데, 전장의 기억은 그가 더욱 진솔하고 따뜻한 방송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종환의 방송은 단순한 음악 선곡에 그치지 않고, 청취자들의 사연을 품고 위로하며, 삶의 무게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나와 친구들, 그리고 그보다 연배이거나 젊은 세대조차 <밤의 디스크쇼>를 통해 위안을 얻었다. 그들의 사연 속에는 가족의 다툼, 첫사랑의 아픔, 사회에 대한 갈등과 꿈, 고독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노래 한 곡이 내 인생의 한 장면 같았어요’, ‘그 밤, DJ 이종환씨가 읽어 준 편지 한 줄에 눈물이 났죠’와 같은 아련한 속삭임들이 수없이 쌓여서, 그 프로그램은 단순한 음악 시간 이상으로 스며들었다.

사연들은 그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어머니가 전화로 사연을 보냈는데, 그 밤 위로 받으셨다고 하더군요.’ ‘청춘 시절, 부끄럽지만 DJ님께 사연을 보내 설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방송의 전파를 타고 서로의 마음에 닿아,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그리움의 노래가 되었다.

이 종환의 방송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낸 한 편의 서사시였다. 고요한 밤,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아늑한 목소리에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꺼내어 놓고, 그 세계 속에서 손을 맞잡았다. 지금도 그 밤의 디스크쇼는 우리 마음 한 켠에 잔잔한 물결로 남아 있다.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떠올리는 그 따스함은,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감성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