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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말복, 한여름의 작별 인사 본문
말복, 한여름의 작별 인사
절기상 마지막 더위의 정점이라는 말복. 녀석이라면 뜨거운 기세 당당히 뿜어내야 할 텐데, 어쩐지 그 뜨거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물러서는 모양이다. 하늘은 푸르되 햇살은 한풀 꺾인 듯, 아마도 이제 서서히 무거운 더위도 어깨를 내릴 때가 되었나 보다.
아내의 제안으로 다남동의 한적한 오리집을 찾았다. 한방 오리백숙으로 복달임을 하고 나니, 마음뿐만 아니라 몸 안 깊숙한 곳까지 시원한 기운이 번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 길로 찾은 아라뱃길에서의 산책길은 의외로 그리 덥지 않았다. 오히려 강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선선한 기운을 전해주어, '이것이 과연 복달임 덕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아내의 다정한 마음이 하늘에 닿아 계절의 기운마저 잠시 붙잡아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아내와 경민이와 함께한 강가에서의 평화로운 시간이, 복날의 막바지 더위를 사뿐히 물리쳤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따뜻한 오리백숙 한 그릇이 위로가 되는 날, 문득 오래전 추억 속의 장소가 떠올랐다. 제물포성당 뒤편에 자리했던 '향나무집'. 그곳은 참 자주 찾았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그 향나무집이 유독 그리워지는 복날이다.
이번에 찾은 계양의 백숙집은 사실 음식 맛은 다른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기억에 남은 것은, 맛보다는 그곳의 풍경이었다. 오래되고 어설프게 조각된 동물 형상들이 놓여 있던 앞마당. 그 낡은 모습들이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세월의 흔적이 밴 그런 공간이 주는 위로가 있었다.
차를 마시러 들른 근처 '계양 아라온'은 오늘의 백미였다. 아라뱃길을 흐르는 물결 위로 부서지는 햇살, '윤슬'이라 부르는 그 영롱한 빛들이 해 질 녘 강물의 운치와 어우러졌다. 흘러가는 물결을 바라보며, 문득 지나가는 여름과 다가오는 가을의 미묘한 경계가 느껴지는 듯했다. 뜨거움 속에서 조금씩 스며드는 서늘함, 생기 넘치던 초록이 서서히 깊어지는 시간.
여름의 끝자락, 그렇게 우리는 한 계절을 조용히 배웅하고 있었다. 2025.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