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6/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작은아들 친구와 함께 화담숲을.. 본문

가족이야기

작은아들 친구와 함께 화담숲을..

김현관- 그루터기 2025. 11. 22. 12:02

https://youtu.be/wcWw081YKZQ?si=ALHgDAmmoKrdNLeJ

 

작은아들 친구와 함께 화담숲을..

어제, 늦가을의 정취가 완연한 화담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유달리 특별했다. 두어 달 전부터 작은 아들 경민이의 절친, 영렬이가 우리 부부와의 동행을 제의했으나 아내의 일정 탓에 미뤄졌던 소풍길. 마침내 모든 일이 정리된 어제, 기분 좋게 시작되었다. 아들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나서는 기분이라니,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묘하고도 따뜻한 감정들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처음 영렬이의 제안을 들었을 땐,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다. '친구 부모와 여행이라니, 이 엉뚱함은 도대체 어디서 샘솟았을까?' 요즘 젊은 세대의 생각인가 싶었는데, 경민이도 전혀 생각못했다는 답변이라 내 짧은 소견으로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아마 다른 이들도 우리 가족과 영렬이의 조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터. 영렬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요."라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그냥'이라는 두 글자 속에 담긴, 여리고도 깊은 마음을 나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른들을 살갑게 챙기고 싶은 그의 속 깊은 마음이었으리라.

어제 화담숲은 마치 첫눈(小雪)을 기다리는 여인처럼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절정을 지나 낙엽을 떨구기 시작한 숲은 화려한 붉은빛 대신, 차분하고 깊은 황갈색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였다. 겨울의 길목에서 생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다하는 나뭇잎들은, 바람에 실려와 바스락거리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였다.

스러져가는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고요한 생의 찬가랄까. 그윽한 나무 냄새와 촉촉한 흙내음이 어우러져 깊어가는 계절의 서정을 더했다. 소나무 정원의 굳건하고 남성적인 기상은, 단풍의 아스라한 여운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늦가을 숲에 굳건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화담숲은 그렇게, 소멸의 미학이 깃든 우아한 모습으로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들과 영렬이 두 젊은이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특히 모노레일을 탈 때, 자리에 앉는 것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능숙하게 우리를 에스코트하는 모습이 어찌나 든든하고 기특하던지. 이 글을 쓰며 찾아 본 아래의 사진에서도 둘의 세심함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둘의 우정만큼이나 섬세한 마음 씀씀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영렬이는 단순한 아들 친구 그 이상이다. 과거, 경민이와 영렬이 단둘이 633킬로미터의 자전거 국토대종주를 마치고 귀환하던 날, 비 오는 정서진에서 비를 맞으며 환영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후 목적지가 다른 해외여행길 공항 탑승동에서 우리부부와 우연히 마주쳐 깜짝 놀랐던 인연도 우리와 영렬이의 특별한 연결고리처럼 느껴졌다.

작년, 영렬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이후, 마음고생으로 회계사 업무를 잠시 그만두고 미래의 길을 설계하는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마음도 참으로 아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오랜 시간 미래를 꿈꾸던 여자친구와의 만남마저 힘들어지자, 작은 아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진지한 조언을 구하던 모습은 녀석의 여린 속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였다.

하지만 영렬이는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근래에는 장거리 걷기를 생활화하여 구청주관의 걷기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얼마나 열심히 단련했으면 오래 전 안양천을 휘저으며 달리던 내 친구 남수와 같은 모습의 홀쭉하니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 정도다. 끈질긴 인내와 자기 관리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그에게서, 젊은 영혼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경민이와 수시로 만나 무슨 이야기를 그리 하는지, 마치 둘이 사귀는 것 같은 모습에서 부모로서 안도감과 함께 그의 밝은 앞날을 진심으로 바란다.

화담숲이 첫눈(小雪)을 앞두고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뽐내듯, 영렬이의 삶 또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고요한 준비 기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어제의 숲길에서 느꼈던 늦가을의 평온함과, 더불어 영렬이에게서 발견한 삶의 강인함과 따뜻한 우정은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2025.11.21 

# 두 녀석의 마음 씀씀이..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연이의 졸업식  (1) 2026.01.14
파도처럼 다시, 시작의 길 위에서  (0) 2026.01.01
별빛당에서  (1) 2025.09.26
말복, 한여름의 작별 인사  (4) 2025.08.09
쉰 해의 미안함  (4)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