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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시월의 끝자락 수원에서 상구와 중균이를 만났다 본문
시월의 끝자락 수원에서 상구와 중균이를 만났다.
시월의 끝자락, 가을 민들레의 노란 미소가 볕 좋은 날을 예감하게 했다. 공원 늙은 나무의 잎새마다 노란빛이 스며들어 계절의 마감을 알리던 날, 수원역에서 상구와 중균이를 만났다. 오랜 벗들과의 약속은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시간의 시작이자 오래된 추억의 재개가 된다.
고향과의 만남이 주는 설렘에 조금 일찍 수원에 도착해 도심을 거닐었다. 수원세무서 앞 은행나무는 눈부시게 밝은 노란색으로 물들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치 이곳을 찾은 이방인을 따스하게 환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등동 어린이 공원의 튼실한 느티나무가 반쯤 물든 익숙한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데 물듦과 덜물듦의 차이가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들이 간절한 아름다운 여운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익숙함과 변화 사이의 다독임이랄까.
이윽고 오랜만에 마주한 국민학교 동창이자 한 골목을 누비던 친구들과 함께 팔달문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남문시장 입구에서 고풍스러우면서도 당당한 팔달문의 자태를 올려다보며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수원천을 따라 걷는 길목마다 서로의 기억 속 한 조각을 찾느라 분주했다. 그 끝에 다다른 곳은, 영화 '극한직업' 덕에 더욱 유명해진 수원 통닭 골목. 맛있는 통닭에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며 허심탄회한 이바구를 나눴다. 서로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마주하며,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씁쓸함보다는 든든함이 앞서는 순간이었다.
수원은 나의 고향이자 출생지. 이곳을 찾는 발걸음에는 늘 애틋함이 묻어난다. 오늘은 그 애틋함이 더해, 시간의 켜가 켜켜이 쌓인 도시의 속살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중균이 역시 삼성 개발팀에서 십수 년을 근무하던 젊은시절에 살던 우만동 주변에 깊은 추억을 심어 두었던 터라, 그의 입에서도 내내 그리운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만나는 시간동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대화로 바빴다.
팔달문 옆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돌아오는 길, 문득 고모의 과외에서 함께 공부했던 일식이네 '시민의원'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택시 기사님은 '시민한의원'이 아직 건재하다고 알려주셨지만, 그것이 일식이네 병원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다만, 그 시절 어렴풋이 남아있는 '미모사'처럼, 기억 속에 선명하게 박힌 친구의 이름은 변함없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꾸지만, 어떤 기억들은 영원히 빛을 발하며 존재한다.
오늘 친구들과 수원을 단편적으로 누비며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나누던 시간들은 바쁜 일상 속 모처럼 찾아온 여유이자, 앞으로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이 순간들이 쌓여, 다음 만날 때까지 우리 삶의 든든한 자산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의 꽃말이 '감사하는 마음'이라던데, 시든 기억 속에 다시 꽃 피우는 민들레처럼, 우리 삶과 마음에도 작은 위안과 희망을 선사하는 순간들이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란다. 낡은 사진첩 속에서 불현듯 튀어나온 어린 날의 웃음처럼, 이 하루는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으로 아로새겨졌다.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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