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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늦가을의 술잔, 친구와의 하루 본문

친구들이야기

늦가을의 술잔, 친구와의 하루

김현관- 그루터기 2025. 11. 17. 21:24

늦가을의 술잔, 친구와의 하루

입동을 갓 넘긴 늦가을의 끝자락, 친구가 청량리에서 점심을 함께하자고 연락을 해왔다. 제물포에서 출발한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청량리를 향해 나아갔다. 도착해 보니, 네 명이 모이기로 했던 자리였지만 두 친구는 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와 친구, 단 둘이서 축령산 자락에 위치한 청수산장으로 향했다.

산장은 깊은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조용하고 고요했다.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며 다가왔지만,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 늦단풍이 모든 것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한 그 단풍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산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바람 속에서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은 눈부시도록 황홀하여, 마치 자연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잔치와도 같았다.

송어회가 상 위에 놓이자, 친구와 술잔을 기울였다. 차가운 송어회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산삼주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었다. 술잔이 오갈 때마다 대화는 깊어지고, 산과 하늘,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이 어우러져 하나의 잔잔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가을의 색으로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처럼 물들어 갔다.

배를 채우고 취기가 오르자 가평까지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늦가을의 풍경이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겨울의 서늘한 빛이 우리를 따랐다. 기분 좋은 알딸딸함에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었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더 가을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니, 말짱하게 풀려버린 취기 속에 공허함이 스며들었다. 술에 취해 있던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눈으로 가을을 흠뻑 담아내고, 마음엔 단풍칠을 했지만, 그 감성을 오래오래 간직하고픈 욕심은 자연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친구가 있기에 그 아쉬움을 나눌 수 있어,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내 마음은 다시금 따뜻해졌다.

가을은 떠나가지만, 친구와의 하루는 내 마음속 깊이 남아 긴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늦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자연과 친구와 함께, 짧지만 깊은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그 추억은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해 주었다. 2012.11.10  *

#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간 이야기..
  소식이 끊어진 이 친구는 지금 어디 있을까?
  청량리 친구들이 무척 궁금해 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