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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상갓집 음식이 전하는 의미 본문

일상이야기

상갓집 음식이 전하는 의미

김현관- 그루터기 2025. 11. 15. 21:36

상갓집 음식이 전하는 의미  
 
겨울의 초입.. 미리 찾아온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 송년 모임의 약속들이 하나둘 쌓여가던 주말의 시작이었다.  목금토, 삼일에 걸친 즐거운 만남을 고대하던 내게, 목요일 독정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내는 차분한 소식을 전해왔다. 막내 처제 시어머님께서 세상의 모든 인연을 내려놓으셨다는 소식이다. 오늘내일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마주한 부고는 마음을 한없이 가라앉게 했다.

그 소식은 내게 예기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나 때문에 모임을 당겨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금요일의 친구들과의 만남.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마음의 이끌림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모임보다는 도리를 다하는 조문이 우선이라 판단했고, 친구들의 너른 이해를 구하며 충남 청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두 시간 반의 여정은 어쩌면 고인과의 짧지만 깊은 인사를 준비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청양농협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단층의 조촐한 건물과는 대조적으로 드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이 보였다. 꾸밈없는 식장이었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고인께서 살아생전 얼마나 많은 소중한 인연을 맺고 풍요로운 삶을 사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조문을 마치고 상주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내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고, 상주인 유서방이 "형님! 여기 올갱이 된장국이 너무 구수하고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라고 권했다. 사실 상갓집 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터라 별 기대 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깊고 구수한 맛에 깜짝 놀랐다. 보통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맛이었다. 상주가 슬픔 속에서도 조심스레 '생전 어머님 손맛이 좋으셨다'라고 자랑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갱이 된장국만이 아니었다. 윤기 흐르는 수육, 쫄깃한 떡,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닭강정까지, 상 위의 모든 음식이 놀랍도록 내 입맛에 착 감겼다. 아내와 작은아이 역시 연신 맛있다며 국과 밥을 추가하고, 심지어 닭강정까지 더 받아오는 모습이었다.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슬픔으로 무거워야 할 장례식장의 식사 자리에서 많은 추모객들이 연신 접시를 비우고 다시 음식을 가져다 먹기에 바빴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상갓집 음식은 처음이라는 아들애의 말에 공감이 된다.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상갓집 음식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슬픔을 달래고 위로를 건네는 그 따스함이 고인의 삶과 이별하는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찾아온 추모객들에게 각기 어떤 메시지가 될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하나하나 헤아려보니, 이 작은 식탁 위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듯했다.  

고인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이들이, 슬픔 속에서도 잠시나마 따뜻한 위로를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 어쩌면 그 음식은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가장 따뜻한 사랑이자 온기가 아니었을까. 이 경험은 우리 삶에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모임을 가지게 될 친구들에게, 청양에서 경험한 이 특별한 장례식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꼈던 삶의 깊은 의미들을 들려줘야겠다. 다들 잊지 못할 이야기가 되겠지..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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