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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생일 해프닝 본문
생일 해프닝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한 시간 일찍 눈이 떠졌다. 두 시간을 벌었다고 해야 하나. 백수의 삶에 시간 개념이 무슨 대수겠냐마는, 그저 불규칙한 생활이 몸에 이상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드는 건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지. 아침부터 뼈아픈 자기반성이라니, 피식 웃음이 난다.
욕실에서는 벌써 물소리가 요란하고, 익숙한 아내의 흥얼거림이 들려온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내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 집의 평범하고 소중한 아침 풍경. 그 소리들을 배경 삼아 머리맡에 놓인 '닥터 랜디스'를 집어 들었다. 얼마 전 배다리 마을사진관 '다행'의 강 선생께서 건네주신 책인데, 개항기에 이 땅에 와 의술을 펼친 고마운 의료선교사의 일대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다시 한번 강 선생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책에 몰두하던 찰나, 은남 누님에게서 아침 인사가 도착했다. 매일 주고받는 평범한 안부겠거니 했는데, 웬걸? 나도 모르는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였다. 처음엔 누님이 다른 사람 생일을 착각하셨나 싶어 "누님, 제 생일 아니에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내가 양력 생일로 살아온 탓에 미처 생각지 못한 한마디였다. "네 양력 생일을 음력으로 기록해 놨지 뭐야!"
그제야 달력을 뒤적여보니, '아! 그러네. 양력으로 지내던 내 생일을 음력으로 환산하면 오늘이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묘한 웃음이 터졌다. 어릴 적부터 양력 생일만 챙겨온 나는, 대부분 음력으로 생일을 보내던 어르신 세대와는 좀 달랐다. 대체 선조들은 왜 이렇게 복잡한 음력을 썼을까 싶다가도, 이런 사소한 착각 덕분에 예상치 못한 따뜻한 축하를 받으니 그저 정겹게 느껴진다.
음력과 양력, 이 두 달력 사이에서 한국 사람들은 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않던가. 누구는 음력으로 제사를 지내고, 누구는 양력으로 생일을 쇠고, 또 누구는 가족이 챙기는 생일은 음력인데 친구들과는 양력으로 만난다며 두 번 잔치(?)를 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곤 한다. 이런 달력 혼란이 없었으면 또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기도 하다.
도화동의 영원한 막내인 나의 생일을 꼼꼼하게 기록해두고, 날짜 착오마저 따스함으로 포장해 준 은남 누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누님 덕분에 아침부터 가슴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나를 이 세상에 내보내 주시고, 굳이 음력과 양력 사이에서 혼돈할 일 없이 늘 양력으로 생일을 챙겨주셨던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지극한 마음을 담아 감사 인사를 올린다. 이 조용한 아침, 참 많은 감사와 추억이 함께하네. 2025.11.11
#내 생일을 한 번 더 챙기는 음력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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