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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고드름 본문
고드름
하늘이 파랗다. 차가운 공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새파랗게 투명한 하늘이다. 잠시 보던 책을 놔두고 공원엘 산책 나갔다. 추운 날에도 산책 나온 어르신들이 제법 눈에 띈다. 손이 곱고 귀때기에 불이 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귀마개를 하고 나오는 건데..
오래 전 넘어지며 손가락이 부러지고 난 이후에 매사 걷는데 조심스러운데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선지 제설작업이 매우 잘 되어 걷는 길에는 눈도 없고 빙판진 곳도 거의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옛 놀이터 자리에는 어린이 놀이기구 몇 가지만 놓여 있어 휑뎅그러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아이들 두 엇이 트램펄린에서 뒹굴며 까르르 웃는 모습만이 정겹다.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를 지나 현충탑으로 향하는데 비둘기집을 헐고 만든 전망대가 눈에 띈다. 조그마하기는 하지만 구월동방향이 시원스레 보여 전망대로서의 구실을 톡톡이 하고 있다. 현충탑 못 미쳐 광장에는 어르신들의 장기 놀이가 한창이다. 박보 장기가 아니라 다행인데 술추렴 하는 내기 장기인가 구경꾼들이 제법 많다,
현충탑을 한 바퀴 돌고 계단으로 내려와 공원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리다.따끈한 커피 한 잔 생각이 나길래 총총걸음으로 공원아래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원에 조성된 폭포가 깡충하니 얼어붙어 커다란 고드름 벽을 만들어 낸 모습이 장관이다. 보기에는 좋지만 꽤나 위험 스러 보이는데, 고드름을 보자니 불현듯 어린 시절이 떠 오른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집 앞 골목에 길게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난감처럼 여겼다. 얼음으로 만든 칼을 들고는 골목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전투에 나섰다. 땅바닥에 떨어진 고드름 조각을 주워서 아드등 깨물고, 핥아 먹으며 겨울의 시원함을 느꼈다. 고드름으로, 칼싸움도 하고, 고드름을 가지고 창과 방패처럼 놀았다.
이 순간, 기억 속의 답십리 골목이, 우리 집 추녀에 달린 고드름이 떠오른다. 어릴 적 동무들과 함께 하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곳리 외가댁의 추녀에 매달린 고드름과 그 속에서 벌어지던 칼싸움과 장난이 상상된다. 서랑리저수지에서 썰매를 타며 웃고 떠들던 겨울, 그 시절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수봉폭포의 얼음 장관을 보면서 그 옛날의 고드름과 우리의 겨울날들이 그리워진다. 큰 고드름 속에서 기억 속의 작은 고드름들이 겹쳐지고, 그때의 친구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다시 떠오른다. 추억이란 이렇게, 커다란 고드름 속에 갇혀 있는 작은 얼음 조각처럼 가만히 떠오르며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싼다. 고드름의 추억 속에서 다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
고 드 름
어릴 적 얘는 장난감이었지
아드등 깨물어 먹고
핥아먹고
칼싸움도 하고,,
오늘
커다란 얘를 보았네
그때 봤으면 환장할만한.
한참 쳐다만 봤더니.
그 옛날 답십리 골목
우리 집 추녀에 달린
추억만 가만 떠 오른다.
- 수봉폭포에서 -
도서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인천 개항사와 근대조선사를 빌려오며 오늘의 산책을 마쳤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쓸만하다.. 13.1.10 / 2025.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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