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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눈 오는 제물포의 밤 본문
눈 오는 제물포의 밤
제물포의 창밖은 고요하다. 어둠을 가르고 흩날리던 눈발은 자정 무렵 이미 그쳤지만, 영하 2도라는 기온은 그 소식을 더욱 선명한 시림으로 가슴에 새긴다. 높은 습도 속 잔잔한 바람마저 스산하게 느껴지는 밤, 차가운 기운은 옷깃을 파고들어 깊은 겨울의 감각을 일깨운다.
내리는 눈은 늘 그렇듯,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되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어둠 속으로 고요히 가라앉는 눈발을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며 수많은 단상들이 떠오르곤 한다. 태민이도 그랬을까. '하아얀 눈이 오네요, 반가워요. 예전 생각이 나요, 펑펑 눈이 오면 즐거웠어요. 주위가 온통 하얀 세상, 우리 마음도 하얀 눈같이 살고 싶어요.' 친구가 보낸 카톡 속의 짧은 문장이 겨울밤의 정경에 더해지니, 지난 시간의 즐거움과 순수한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빔이 지나면, 현실의 발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아침이면 아내는 서울로 중요한 볼일을 보러 나설 것이고, 나 또한 영등포에 잠시 다녀와야 한다. 문제는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었을 도로다. 자칫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할까, 벌써부터 마음은 조심스러운 우려가 퍼지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소중한 이들의 발걸음이 무탈하기를 바란다. 그 믿음이 얼어붙은 길을 녹이는 작은 온기가 되기를, 그렇게 나란히 서로의 그림자를 밟아 나아가는 새벽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창밖의 세상을 그저 바라보거나, 이렇게 가만히 일상의 기록을 시작하는 것이 차디찬 겨울밤을 마주하는 나름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얼어붙기 쉬운 계절, 태민이의 바람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하얀 눈 같은 순수가 그대로 남아 있기를. 온기를 찾아 헤매기보다, 내 안의 작은 불씨를 조용히 지펴 올리며, 그 순백의 세상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고 싶은 밤이다. 202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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