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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퓨리나사료의 무늬를 닮은 굴뚝 본문
퓨리나사료의 무늬를 닮은 굴뚝
토요일의 날씨가 모처럼 화창하다.점심을 먹고 잠시 선사 유적지를 스쳐 지나 가는 길에 눈에 익은 풍경이 있어 눈에 담았다. 저 굴뚝 무늬는 입학금이 없어 공단으로 일하러 가던 길에 도도하게 서 있던 퓨리나사료공장의 선명한 붉고 흰 체크무늬의 로고와 너무도 닮았다.
통나무 기둥이 한적한 황톳길에 그나마 조화가 되어 반갑다. 가뭄탓에 유적지 바로 아래에 있는 조그만 연못은 바닥을 드러 내고 그 곳에 있던 물고기들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연못속을 파고 들어 가 마지막 숨을 할딱이고 있는지,이미 하늘위를 노니는 수많은 백로나 까마귀의 먹잇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노란 개나리들도 이제 빛이 바래 열락의 시간을 마무리 하고 있는 중이다 젊은 시절은 일년으로 치면 봄이요 하루로 치면 아침이다 그러나 봄엔 꽃이 만발하고 눈과 귀에 유혹이 많다. 눈과 귀가 향락을 쫓아가느냐 부지런히 땅을 가느냐에 그 해의 운명이 결정될 터인데 꽃같은 이 봄날, 정말 꽃같은 나이의 아들내미가 허허로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흐르고 있다.퓨리나사료의 무늬에서 내 젊은시절의 궁핍이 되새겨지며 공교롭게 내 아들에게서 미래의 결핍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다.
마음이라도 옹골지게 먹고 있다면..
아비로서의 기우만 아니면..
201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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