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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람들의 사는이야기 (94)
형과니의 삶
율리시스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의 이야기 中 # 외설시비와 연애편지는 1933년 미국에서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연방법원의 판사인 존 W. 울시가 자신이 왜 이 책의 판매를 허가했는지를 기고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애초에 이 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몇몇 장면들이 너무 성적인 충동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외설시비에 휘말려 출간이 연기되었다. 그 대신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 작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이 먼저 나왔다. 지금도 제임스 조이스의 잃어버린 원고나 식자공들이 잘못 보고 찍어낸 오탈자를 교정하는 분야도 독일 뮌헨대학이 중심이라는 말을 듣고 '역시 천재는 국경을 초월해서 존경을 받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제임스 조이스는 워낙 소문난 악필이어서 식자공들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모든 책이 마찬가지이지만 제..
온기 [溫氣]적당히 작고 편안한 내 방이 고된 삶의 유일한 안식처다. 이따금 따듯한 이불 안에서 무념에 빠져 적막에 잠긴다. 지친 육신만큼 일어나는 일이 더 고달프다. 고독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잠식해야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다.갈수록 바깥세상은 무서워진다. 연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들로 가득하다. 분명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알고 싶지도 않은 어두운 소식까지 접해야 한다. 그건 우리를 더 우울하고 분노케 만든다.언제부터인가 화젯거리가 가득한 아침을 맞이한다. 사실 지구상에는 하루에도 셀 수없이 많은 일이 일어나기에, 사건사고를 찾으려 하면 한도 끝도 없다. 더구나 잠시뿐인 희소식에 비해 나쁜 소식은 참 길게만 이어진다.사람들도..
우리의 노스탤지어같은 추억을 공유한 이들과 함께 아득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아련했던 기억이 보다 선명하게 떠올라 모두 화기가 돈다. 아득한 지난날을 되새기는 시간이 이토록 의미 있을 줄은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 했었다.간혹 철 지난 히트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우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이 흥얼거린다. 낡고 유행이 지났다 하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때 그 시절을 이어주는 매개물로써 계속 잔존하고 있다.고대 로마의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살며, 그리웠던 시간을 다시 찾는 일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과 같다 했다. 얼마 전에 무한도전에서 9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보고 있자니 뭉클했다. 또래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한 동안 우리는..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 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
손국수 - 유종호어린 시절 시골 웬만한 고장에는 으레 틀국숫집이 있었다. 간단한 장치지만 밀가루 반죽을 분통에 넣고 공이로 누르면 국숫발이 나온다. 이런 재래식 국수틀과 달리 제법 탈곡기 비슷하게 몸집이 있는 국수 기계가 있었다. 기계국숫집에 서는 대개 그 국숫발을 보기 좋게 빨래 널듯이 나무틀에 널어놓았다. 재래식 국수들의 경우 틀국수라 했지만 조금 복잡한 기계인 경우 기계국수라고 했다. 이에 반해서 집에서 손으로 만들어 먹는 국수는 '손국수'라고 했다. 1950년대 서울에 올라와서 칼국수란 말을 접하고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국수가 얼마나 실물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말인가? 식칼이나 칼국수나 느낌이 좋지 않다. 우리게에선 국수를 그저 누른 국이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른 국수의 준말인 셈인데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