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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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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주인잃은 줄넘기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30. 01:11
주인잃은 줄넘기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봄날, 문이 닫힌 어린이집 한 켠에 주인 잃은 줄넘기가 쓸쓸히 놓여 있습니다. 도시 재개발로 인해 곧 사라질 이곳에서, 색 고운 줄넘기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들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함께 뛰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손을 맞잡고 줄넘기를 휘젓던 작은 손길도 이제는 먼 기억이 되어버렸습니다.

멀리서 공원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저 아이들이 줄넘기들과 함께 놀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저 아이들이 줄넘기 친구들이라면, ‘함께 놀자’고 외치며 손을 잡아 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저 아쉬움만을 남긴 채, 줄넘기들은 여전히 홀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밝은 빛 속에서도 고독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경민이가 다녔던 무궁화유치원, 지금은 문을 닫고, 이곳의 모든 추억이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파트들이 들어설 땅으로 변해가는 이 도시에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작은 손길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도시 행정은 점점 더 많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이들이 떠난 이 유치원은 이제 그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줄넘기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언젠가 다시 손을 맞잡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은  헛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대머리공원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라도 이 줄넘기와 함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이곳을 가득 채우고, 줄넘기들이 다시 한 번 하늘 높이 휘날리기를 바랍니다. 그런 작은 소망을 마음속에 품으며, 오늘도 이 도시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봅니다.

아파트만 지어가는 도시의 흐름 속에서도, 줄넘기의 손을 잡아줄 아이들이 다시 나타나기를, 그리하여 이곳에 작은 기쁨이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5.11 경민이 무궁화유치원 / 석바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