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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담양] 潭陽紀行 - 담양기행 2018.8.11 본문
https://youtu.be/-cYiXJOc1Zo?si=qo12_q3stMmIBIlu
潭陽紀行 - 담양기행
"아니 한 달 뒤라지만 복중 불천지에 여행이라니 당신 제 정신이야?"
지난 달 명옥헌 안내를 보고 아내에게 함께 가자 했다가 들었던 대갈일성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참 날도 오지다. 어찌 한달이 넘도록 하루를 안 빼고 이렇게 뜨거울까! 게다가 이 찜쪄먹을 더위에 여행이라니,
'그래 제 정신이면 복중에 그 먼곳을 갈 생각을 했을까, 한 달정도 지나면 더위가 누그러지겠지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자고 했는데 이렇게 오랜동안 용광로속 같은 더위가 계속될 줄 누가 알았겠냐? 게다가 '명옥헌 원림' 주변을 아우르는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라니 그 붉은 꽃의 유혹에 빠진게 잘못은 아니잖은가! 그렇게 자위를 하며 아내도 구슬러 복더위 한 가운데 담양으로 길을 떠났는데 어느새 창밖 풍경을 바라 보는 눈길은 잔잔히 풀려 가고 있다.
관방제림
첫 목적지인 '관방제림'에 도착했다. 해마다 계속되는 담양천변의 홍수범람을 막기 위해 조선왕조 인조시절 관방제라는 제방을 만들고 그 제방이 유실되지 않게 나무를 심어 치수대비를 해 놓은 곳이 관방제림이다. 우리는 그 의미보다는 맛있다고 소문난 '관방제림의 국수거리'에서 일단 출출한 속을 달래야겠다는 꿍심이 그득하다. 소문난 곳답게 이 더위에도 제법 많은 객들이 뚝방 노천 대자리에서 맛나게 국수를 먹는 모습들을 보니 저절로 입속에 군침이 돈다. 설레설레 뚝방을 거닐다 들어간 한 국숫집에서 왕만두와 함께 먹은 국수의 맛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참 옹골지다. 다음 일정이 촉박해 개천 건너편 빤히 보이는 곳에서 다그락 소리를 내며 손짓하는 대나무들이 빼곡한 '죽녹원'엘 오르지 못하고 '관방제림'을 떠나는 마음이 아쉽고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
맛있게 국수를 먹고 인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구경하러 떠났다. 이국적인 풍경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길'은 원래는 24번 국도였는데 이 길 바로 옆으로 새롭게 국도가 뚫리면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로 조성 되었다.
입구에서 아내와 둘이 사진을 찍고 가로수길을 둘러 보는데 저 앞에서 함께 온 일행 중 두 여자분이 모델촬영을 하는지 길 한 켠을 전세낸 듯 쪼그려도 앉고 온 몸을 비틀기도 하고 업드려 가며 온갖 자세를 취하면서 열심히 이 곳의 풍치를 렌즈에 담고 있다. 길에서 한참을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상호간에 배려하며 완곡하니 우정을 나누는 그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네들을 뒤로 하고 잠시 쉼터에 들어 갔더니 조그만 꼬마 아가씨가 연실 엄마에게 애교스런 미소와 눈짓을 보내는데 하나하나 지어 내는 표정들이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고 있어 보는 내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언제나 저리 사랑스런 손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시샘이 가슴에 차고 있는데 이 심사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러구러 이 길을 걷다 보니 한 여름의 푸르름도 좋지만 늦가을 노란 단풍에 물든 이 거리를 ' Iggy Pop'의 'Les Feuilles Mortes'를 들으며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곡의 느낌과는 색다른 기운의 이 노래는' Iggy Pop'의 읊조리는 듯한 거친 목소리에서 지는 가을이 느껴지고 내 살아 가는 삶과 대비되는 곡이라서 은연중 이 노래를 들으며 이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이 와 닿는다.
밖으로 나와 주위를 들러 보니 너무 더운 날씨로 인해 8.5키로나 되어 까마득 끝이 안 보이는 이 길을 다 돌아 볼 수 없어 훗날 다시 돌아 볼 여행지로 헤아려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메타 프로방스
'메타 프로방스'는 담양 속 작은 유럽을 표방하며 담양군이 야심차게 추진하여 재작년 일부 개장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토지수용 분쟁 과정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조성사업중에 공무원이 불법대출에 연루되는 등 완벽한 완공과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곳이다. 실제 이 곳을 방문하여 느낀 분위기는 그저 지붕의 형태와 색채등 일부 시설에 대하여 외국의 느낌만을 차용한 그저 그런 테마형 상가에 다름 없을 뿐이다.
게다가 안내판은 건물 한 구석바닥에 놓여 있고 몇몇 가게들은 문을 닫고 열렸어도 주인이 없는 곳이 있으며 들어 가려던 카페는 이 복더위에 에어컨도 안 틀고 문을 열어 놓았는데 손님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고 영업을 하면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심사숙고하여 몇 단계 향상된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어차피 전국에 파생되어 운영되고 있는 무슨무슨 마을을 흉내내어 시작했으니 기왕이면 제대로 흉내내고 보완하여 앞서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프로방스'라 하면 '베르디'의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가 떠 오른다. 이 노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고향 '프로방스'로 돌아가자고 아들을 설득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아리아이다. '토마스 햄슨'이 부르는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uol)도 들을만 하지만 나는 영원한 우리의 바리톤 故 '오 현명'님이 부르는 이 노래가 가장 좋다.
'메타 세쿼이어'만 들었을 때는 그저 나무의 한 종류로구나 생각을 하며 지나쳤는데 가로수길 바로 옆에 조성된 '메타 프로방스'라는 마을을 구경하며 불현듯 '메타[Meta') 라는 단어의 쓰임이 무엇인가 궁금증이 들었다. '강 준만' 전북대학교 신방과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메타[Meta)'란 그리스어와 영어의 두개의 의미로 쓰이는데 그리스어에서는 '넘어서' '위에 있는'''초월하는'이라는 뜻으로, 영어에서는 '관하여'라는 쓰임이 있다고 한다. 그리스어의 의미로 쓰이는 것은 본질을 뛰어 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영어로 쓰인다면 아류의 느낌으로 쓰일 것인데,이 곳 메타 프로방스에서는 어떤 의미로 씌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이 곳에서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다.
마을 한 가운데의 얼굴상에 뿌려지는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한 갈증을 달래 주며 광장조각으로서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몇 군데 들러 보다 다음에 방문할 오늘의 주 여행지 명옥헌으로 가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고자 들어 선 한 카페에서 시원한 얼음커피 한잔으로 태양이 휘두르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더위를 피하면서 노근한 발바닥을 두드리며 아내와 담소를 나누었다.
명옥헌 원림
메타 프로방스를 뒤로하고 명옥헌으로 떠나려 대기하던 버스에 올랐는데 점심을 먹고 차 안에 놓아 두었던 컵속의 얼음이 뜨듯하게 녹아 있다. 오늘 운전기사는 더위와 친구인가 보다. 근 열시간 넘는동안 용광로가 끓어 넘치는듯한 이 염천에도 에어컨을 켜는데 그렇게 인색할 수가 없다. 나와는 상극이니 쾌적한 여행을 위해 다음에는 이 기사님과는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윽고 '명옥헌' 입구에 도착했다. 마을초입의 카페 담장에 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일행을 반기고 있다. 이 곳에 오기 전에도 군데군데 도로변에서 배롱나무의 붉은 꽃잎들이 보이며 '명옥헌'을 알현하려는 기대감에 군불을 지피고 있었는데 소담스런 꽃무리를 보며 심장의 고동소리가 슬몃슬몃 튀어 오름을 느끼겠다.
'명옥헌'으로 오르는 약간 경사진길 이곳 저곳의 담장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쳐지지도 않는 소박한 벽화를 보면서 차분하니 언덕길을 올라 마침내 '명옥헌 원림'에 도착하였다. 정원에 도착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배롱나무잎마다 깊숙하니 감춰 두었던 푸짐하니 시원한 바람을 내 보내며 기대감을 안고 찾아 온 객들의 비오듯 쏟아지던 땀방울을 식혀 주고 있다.
'그래 바로 이런 환대를 맛보는 게 여행의 참맛이야!'
나를 이 곳으로 오게 한 글 한자락이 있다. '이글이글 타는듯 한 여름의 끝자락 고목이 된 배롱나무는 총총히 가지를 뻗고 빼곡한 가지마다 빨갛게 탐스러운 꽃무리를 수관 가득히 달고 있다. 한 여름 배롱나무 꽃이 질때면 붉은 꽃비가 되어 정원 곳곳에 흩날리고 꽃잎이 못위에 호사스런 붉은 융단을 만드는 아름다운 배롱나무의 정원이 명옥헌 원림이다.' 이 홍보문장에 혹하여 더위를 무릎쓰고 툴툴대는 아내를 구슬러 머나먼 아랫마을 담양까지 내려 왔는데, '아 이런일이 있을까!' 꽃구경의 제일 조건인 타이밍을 놓쳐 버렸나 보다.
이 곳에 도착하고 보니 한 여름 끝자락은 분명한데 빼곡한 가지마다 빨갛게 탐스러운 꽃무리를 수관 가득히 달고 있다던 배롱나무는 이미 다 졌는지, 아직 피기를 덜 피었는지 정원앞의 나무만 빨긋하니 화창하고 다른 나무들은 가뭇한 꽃떨기만 보여 줄 뿐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다. 배롱나무 꽃이 질 때면 붉은 꽃비가 되어 정원 곳곳에 흩날린다던 말이 무색하니 꽃잎은 마른 흙과 동화되어 갈빛낙엽처럼 시름에 차 있고, 호사스러운 붉은 융단은 차치하더라도 운치있는 붉은 꽃잎의 나풀거림이나마 보여 주었더라면 조금은 덜 섭섭할텐데 소금쟁이만 겅중대며 조용한 연못에 물파장만 일으키고 있다.
그렇게 백일을 피어 님을 기다린다던 배롱나무는 작열하는 태양아래 백 십여년만의 무더위를 뚫고 한 여름의 끝자락에 때 맞춰 찾아 온 님을 기다리지 못하고 더위에 지쳤는지 피지는 못하고 이렇게 속절없이 기쁜 숨 쉬며 가기만 하는구나.. 그악스레 울어 대는 매미에게 대신 전하는 배롱나무의 상념을 안고 이 여름과 너를 속절없이 보내며 명옥헌을 떠나야겠다.
2018.8.11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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