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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웃음소리가 달빛에 춤추는 천냥집 본문

내이야기

웃음소리가 달빛에 춤추는 천냥집

김현관- 그루터기 2025. 8. 24. 14:36

웃음소리가 달빛에 춤추는 천냥집

소박한 '천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그 공간은 언제나 풍요로운 서정(抒情)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니라,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이들의 허허로운 마음을 다독이는 안식처이자 삶의 진경(眞景)이 펼쳐지는 작은 무대와도 같다.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글 속, 낯선 이들조차 따스한 정을 나누는 아담한 '국숫집'이 떠오른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아가 부담 없이 위로받을 수 있는 그 공간. '천냥집'은 바로 그 혜안(慧眼)이 머무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치는 인연조차 붙들어 친구로 만드는 포근한 온기가 배어 있는 곳, 삶의 무게에 어깨가 내려앉을 때 기꺼이 쉼표를 내어주는 너른 품이다.

이곳에 모인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몸에 새겨진 생채기들을 숨기지 않는다. 어느새 하나둘 세월이 드리운 그림자, 병원 이야기, 어딘가 불편해진 몸의 풍경들을 스스럼없이 나누며 서로의 건강을 염려한다. 퇴원한 벗의 안녕을 빌고, 허리춤에 감춰둔 아픔을 함께 어루만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해사(諧賒)한 웃음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톡 쏘는 홍어애탕 한 수저, 서해 바다의 정취를 오롯이 담은 주꾸미 숙회 한 점, 싱싱한 우럭회에 고소한 칠게 볶음까지, 강산의 풍미가 오롯이 담긴 주안상이 우리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넉넉한 인심으로 준비된 음식들은 단순히 입맛을 돋우는 것을 넘어, 오랜 우정을 다지는 성찬(盛饌)이 된다. 주인아주머니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음식들은 따뜻한 위로가 되고, 그 정성은 우리의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주는 감화(感化)로 다가온다.

특히,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번개를 제안하고 멀리서 귀한 해산물을 공수해 오는 인학 씨의 다정다감한 배려는 천냥집의 온기를 더욱 깊게 한다. 그의 씀씀이는 단순한 초대를 넘어, 지친 일상 속에서 서로를 잊지 않고 보듬으려는 숭고한 의지처럼 느껴진다. 함께 잔을 기울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삶이 선사하는 크고 작은 풍파 속에서도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문득 스치기도 하지만, 이토록 끈끈한 유대감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청춘은 영원히 빛날 것만 같다.

'천냥집'은 단순히 '천냥'이라는 가격표 뒤에 숨겨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곳은 삶의 여백을 채우는 아련한 향수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소중한 장소이다. 이처럼 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따뜻한 정과 깊은 유대감을 선물하는 공간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는 훈훈한 감동이 밀려온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달빛에 춤추는 이곳에서,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2025.8.24

 

국수 한 그릇 먹고 갈래요?

늘 이렇게 초대하며 이웃을 불러 모을
아담한 국숫집을 하나 갖고 싶어.

낯선 이들끼리도
금방 정겨운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

기쁘면 기뻐서 슬프면 슬퍼서
부담 없이 누구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
국숫집을.  

# 친구에게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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