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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Nick Drake - Five Leaves Left 본문

음악이야기/팝

Nick Drake - Five Leaves Left

김현관- 그루터기 2025. 10. 18. 11:13

https://youtu.be/ty2q1sClQCM?si=HVe3e8iNrimapIHE

 

 

염세적인, 지독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위안 속으로

닉 드레이크Nick Drake의 '다섯 잎 남았네 Five Leaves Left (1969년)

잊어버려야 할 기억이 있어서 그 위에 덮어씌우는 새로운 기억들이 있습니다. 만약 쉽게 잊을 수 있다면 억지로 무언가를 덮어씌울 필요가 없겠지요. 아무 구실도 없이 차마 잊어버릴 수 없기에, 새로운 기억은 씁쓸하게 떠날 기억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결국 자리를 내 주고 파도처럼 밀려나는 기억도, 그 망각과 고통의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운명의 기억도 쓰디쓴 존재의 엇갈림을 증명하는 주인공일 뿐입니다.

가을 속으로 소리 없이 들어와 버렸습니다. 어느새 바람이 깊이 불고 여름내 지쳤던 불빛은 그 가치를 환하게 밝힙니다. 빛과 어둠이. 침묵과 환희가 교차하고 공존하는 시간에, 자꾸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추억이든 회한이든 상처든 잊으려고 애쓰며 잠 못 드는 사람의 영혼 속에서 자꾸만 돌이켜지는 반추의 무거움이 점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사로잡힌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들.

젊은 날, 너무 자유롭거나 혹은 너무 고독해서 그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원한 심연속으로 던져 버린 1960년대 사람, 닉 드레이크 Nick Drake, 그는 선병질적이고 감성적이며 예민한 외모와 목소리로, 마치 마른 나무 줄기 속에서 미세하게 흘러가는 수액 처럼 삶의 신비를 노래했고, 그 또한 부질없음을 염세적으로, 자연주의적으로 읊조렸습니다. 실패한 사랑, 죽음의 유혹, 멜랑콜리한 고독에 관한 노래는 그의 성격과 성향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자폐적이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자신을 응시하는 청중을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음악 외에는 스스로를 위안할 수 없었던 아이러니를 품고 있었습니다. 외교관 아버지 슬하에서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성장기를 보내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생이 된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무상함과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음'의 좌절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은 우울한 천재입니다. 좀 더 오래 기다렸다면, 무위자연의 '소멸'의 법칙 안에서 한 꺼풀 벗겨진 허무와 자유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자연의 느림을 기다리기에는 그의 청춘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 안에서만 웅크리며 창문을 통해 세상의 빛을 조용히 바라보던 소년, 햇빛과 공기와 바람과 나무를 그 창문 속에서만 흠모하던 소심한 시인 음악만큼이나 신경안정제를 지나치게 많이 즐기던 그의 먹먹한 콧소리와 장식없이 담담한 창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초월'을 발견한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잿빛 하늘이 더욱 낮게 드리운 오늘 새벽에는 닉 드레이크의 1969년 앨범 다섯 잎 남았네 Five Leaves Left시간은 내게 말했지 Time Has Told Me」 「리버 맨 River Man을 고즈넉이 들으며, 좀처럼 망각의 강으로 떠나지 않는 마음속의 상처를 위무해 봅니다.

절망과 자유를 노래하며 스스로를 구원하던 닉 드레이크가 표정 없이 그러나 아름답게 읊조리는 삶의 색깔은 보라색이었을까요? 아니면 실은 초록색이었을까요? 결코 늙지 않고 떨어지지 않는 하나의 잎사귀는 수시로 색깔을 바꾸기도 합니다. 그저 갈바람이 불 때 흔들리고 가을비가 떨어지면 조용히 울겠지요.

당신의 마음 안에서 조용히 울고 싶어 하는 나무가 하나 숨어 있다면 60년대 영국 청년의 아름다운 염세와 만나 보기를, 별것 아닌 것 가지고 징징대는 자신의 속좁음이 무색하든가, 시간을 뛰어넘어 길고 먼 고독의 항로 안에서 공명하는 음유시인의 창백한 위로가 따뜻하든가,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덕분에 여름에 떠나지 못한 가을 여행을 떠나게 될는지도 모르지요. 그 여정에서 밤 한가운데 빗줄기마냥 쏟아지는 별들을 만나걸랑 이렇게 인사라도 하길.

"그래, 이제 살면서 너희와 이렇게 고즈넉이 마주보며 인사하는 날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을라고, 별들아, 안녕."

아참, 닉 드레이크가 부른 우울로 가는 길 Way To Blue이나 하루가 저물고 Day Is Done를 들을 땐 혹시 모르니 종이와 펜 그리고 맛없는 커피라도 한 잔 같이 놓아두세요. 완전히 잊기 전에 너무 고독해지거나 마음속 상처가 물처럼 흘러내리면 차마 하지 못한 말이라도 적어 보는 거지요. 싸구려 커피라도 한 잔 함께 있어 주면 또 얼마나 고마운데

Nick Drake - Time Has Told Me

Nick Drake - River Man

Nick Drake - Three Hours

Nick Drake - Way To Blue

Nick Drake - Day Is Done

Nick Drake - 'Cello Song

Nick Drake - The Thoughts Of Mary Jane

Nick Drake - Man In A Shed

Nick Drake - Fruit Tree

Nick Drake - Saturday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