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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Charlie Haden - American Dreams 본문

음악이야기/재즈

Charlie Haden - American Dreams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3. 00:04

https://youtu.be/n1k1dKriNws

 

이 시대 최고의 재즈 베이시스트
Charlie Haden - American Dreams


찰리 헤이든 음악의 특징이라면 굵게 저음적으로 깔리는 진한 베이스음과 무엇보다도 유명 재즈 아티스트와의 협연일 것입니다..앨범 'Nocturne'에서는 펫 메쓰니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를 가미시키더니 이번 앨범 'American Dreams'에서는 브래드 멜다우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끌어들입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명음반이 되는 그의 깊은 재즈의 이해. 우리들 가슴에 따스함과 열정을 동시에 주리라 확신합니다..

앨범전곡감상

1. American Dreams
2. Travels
3. No Lonely Nights
4. It Might Be You
5. Prism
6. America the Beautiful
7. Night Fall
8. Ron's Place
9. Bittersweet
10. Young and Foolish
11. Bird Food
12. Sotto Voce
13. Love Like Ours

진실한 휴머니스트 찰리 헤이든이 그리는 미국의 꿈 "American Dreams"


가장 반 미국적이고,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재즈 아티스트 찰리 헤이든.


찰리 헤이든은 가장 반 미국적이며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재즈 아티스트이다. 그의 음악은 이 두 극단의 공간을 곡예하듯 넘나들며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이중적인 음악 시선이 모순 또는 변절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찰리 헤이든의 음악적 자취에서 반 미국적 이력을 되짚어보자. 현재 재즈씬에서 가장 혁명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찰리 헤이든은 1969년 여성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와 함께 리벌레이션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그가 창단한 리벌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는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이념구조에 저항하는 제 3세계 국가의 민중성을 음악으로 표방하는 창작 동인이다. 찰리 헤이든은 리벌레이션뮤직 오케스트라와 자신의 음악 속에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제 3세계의 혁명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표현했다. 또한 찰리 헤이든은 리벌레이션뮤직 오케스트라를 통해 쿠바의 혁명 전사 체 게바라에게 헌정하는 'Song For Che'라는 작품을 작곡한 바 있으며, 'Circus 68, 69'라는 곡을 통해 베트남전을 임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근성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리고 재즈 아티스트의 권익을 주장하는 JCOA의 열성 당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찰리 헤이든은 쿠바의 지도자 카스트로의 요청에 의해 쿠바 방문과 초대를 받는 반체제 인사로 인식되어 있다. 덕분에 그는 1970년대 FBI의 특별 감시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그의 앨범은 해당 레코드사의 카탈로그에서 삭제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포르투갈에서는 'Song For Che'를 연주하다 체포와 강제 출국되기도 했다. 1960년대 몸담았던 오넷 콜맨 밴드의 옛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올드 앤 뉴 드림스' 앨범에서는 중국의 공산당 주석 모택동에게 헌사하는 'Chairman Mao'라는 곡을 통해 선연한 파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진보와 혁명의 관점만으로 찰리 헤이든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잇다면, 그것은 찰리 헤이든의 음악의 일부분만 바라보는 것이다. 찰리 헤이든은 이러한 반골기질, 반 미국적인 음악세계에 위배되는, 가장 낭만적이고 관조적인 테마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너무나 느긋하고 감미롭고 편안한 음악으로 각인되어 있는 펫 메쓰니와의 듀오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 처럼 찰리 헤이든의 음악에는 낭만과 서정, 향수를 노래하는 또 하나의 감성이 있다. 리벌레이션뮤직 오케스트라로 특화되었던 강인한 정치적 입장의 맞은편에 서 있는 낭만주의자 찰리 헤이든의 모습은 1980년대 중반 테너색소폰 어니 왓츠, 피아니스트 알란 브론드벤트, 드러머 빌리 히긴스와 함께 조직했던 재즈 캄보 '쿼텟 웨스트'로 구체화되었다. 쿼텟 웨스트는 193~4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느낌을 팀의 음악적 색깔로 지정하고, 주로 LA와 헐리우드의 영화, 대중 문화 산물에 얽힌 삽화들을 음악적 풍경으로 엮어내고 있다. 지극히 미국적인 노스텔지어에 얽혀 있는 찰리 헤이든의 음악 공간이다. 리벌레이션뮤직 오케스트라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세계가 향해 있던 서사성과 정면으로 맞붙히는 재즈의 탐미성과 낭만과 서정에 의한 주제의식을 그대로 채용하고, 아름다운 음악 그 자체에 몰입했던 그의 이면은 유난히 빈번했던 듀오 작업 (행크 존스, 케니 베런, 펫 메쓰니, 크리스 엔더슨 등)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음악적 주제였다. 찰리 헤이든의 가장 최근의 앨범인 2001년작 'Nocturne' 역시 낭만과 서정, 관조와 향수라는 측면에서 기술된, 또 하나의 온건한 음악으로 스페인, 라틴 아메리카의 비감 어린 댄스 음악 볼레로를 유럽의 낭만적인 클래식 음악 녹턴(야상곡)의 정서를 융화,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가장 비 미국적이며, 또한 가장 미국적인 음악 세계의 공존, 혁명과 진보를 향한 투철한 정치적 신의, 그리고 강한 투사의 사상을 지배하는 낭만과 서정, 관조와 향수의 감성이 공존하는 찰리 헤이든의 음악은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염원, 휴머니즘이라는 큰 뿌리에서 맺힌 열매였다.

American Dreams

앞서 열거한 찰리 헤이든의 두 가지 음악세계를 감안하더라도, 그의 2002년 신작 앨범의 타이틀은 몇 번이나 앨범 자켓에 새겨진 'American Dreams'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The Star Spangled Banner (성조기여, 영원하라)와 함께 미국의 국가처럼 인식되고 있는 'America The Beautiful'이 수록되어 있음에는 다소의 의아함을 더해준다. 찰리 헤이든이 자신의 조국 미국을 향해 음악으로서 비판했던 저항의 이미지를 벗고,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치, 문화, 스포츠 계에서 일고 있는 지극히 보수적인 애국심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그러나 찰리 헤이든이 언급하는 미국의 꿈은 내가 우려하던, 그런 위압적인, 탐욕적인 꿈이 아니다. 찰리 헤이든은 자신이 뜻하고 있는 'American Dreams'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선명하게 못박아 두고 있다.

이 앨범은 9.11 사건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꿈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이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의 조국 미국을 향한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 이 음악은 함께 나누는 사회를 꿈 꾸는 사람들, 창조적인 지성인, 그리고 삶의 소중함-우리의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바쳐졌다."

앨범의 라인업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런 나긋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전할 때 그가 선택했던 쿼텟 웨스트와 마찬가지로 테너 색소폰-피아노-베이스-드럼의 편성이지만, 그 진용은 화려함과 중량감을 한껏 더해준다. 테너 색소폰에는 1980년대까지는 퓨전 재즈씬에서,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메인스트림 재즈 씬을 장악하고 있는 현역 최고의 테너맨 마이클 브렉커가 포진된다. 마이클 브렉커와 찰리 헤이든의 인연은 1980년 펫 메쓰니의 '80/81'에서 함께 작업한 이래 마이클 브렉커의 'Michael Brecker (1986)', 'Don't Try This At Home (1988)'을 거쳐, 지난해 발표한 'Nearness Of You : The Ballad Book (2001)'에 찰리 헤이든이 우정어린 부름에 따랏으니, 마이클 브첵커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은인 셈이다. 피아노에는 빌 에반스, 키스 자렛의 뒤를 이어 'The Art Of Trio' 시리즈를 통해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통을 완성하고 있는 21세기 재즈 피아노의 황태자 브래드 멜다우가 앉아 있다. 브래드 멜다우와 찰리 헤이든은 알토 색소포니스트 리 코니츠의 앨범 'Alone Together (1996)'과 'Another Shade Of Blue'에서 뜨거운 호흡을 교환한 바 있다.

드럼에는 조수아 레드맨-케니 가렛, 그리고 밥 딜런의 총애를 받았던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드러밍을 구사하는 젊은 거장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에너지의 상승 작용을 날라다 준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다양한 접근을 기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위한 찰리 헤이든의 작곡은 타이틀 곡 'American Dreams' 한 곡 뿐이고, 나머지 곡들은 찰리 헤이든이 선별한, 기존에 발표한 스스로의 작곡, 동료의 작곡, 스탠더드 넘버등으로 12곡이 진열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스탠더드 작품집과는 다른 차원에서 엄선된 찰리 헤이든의 'My Favorute Songs'의 개념이며, 감상을 하며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은 어떤 해석을 기하고 있는가에 관한 부분이다.

찰리 헤이든은 편곡을 서로 다른 스타일의 편곡 성향을 지닌 알란 브로드벤트, 제레미 루버크, 빈스 멘도자에게 넘기고, 베이스 플레이어와 프로듀서로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 시작곡 'American Dreams'는 이번 앨범의 일관된 느낌을 미리 일러준다. 우아한 현악 오케스트라가 펼쳐 놓은 멜로디 라인을 고고하게 걸어가고 있는 베이스의 울림, 그 뒤를 따르는 투명한 피아노, 여운이 많은 음표 사이를 예민하게 채우는 브러쉬, 스틱의 자극적인 생김. 찰리 헤이든이 구사하는 피치카토 (현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연주하는 기법)는 많은 음을 구사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진동을 지니고 있다. 편곡은 퀘텟 웨스트의 피아니스트 알란 브로드벤트가 담당했다. 'Travels'는 펫 메쓰니의 1982년작 'Travels' 와 'Trio 99->00 (2000)'에서 발표했던 곡이다.

찰리 헤이든과 펫 메쓰니의 우정은 각별하다. 펫 메쓰니의 '80/80 (1980)', 'Rejoicing (1983)', 'Song X (1985)', 'Secret Story (1991)', 그리고 1997년에 발표된 두 사람의 듀오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 외에도 두 사람은 게리 버튼, 조수아 레드맨 등의 앨범에서 두터운 신의를 교환한 바 있다. 마이클 브렉커는 굵고 얇은 색감, 톤의 대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섬세한 느낌을 그려낸다. 마치 펫 메쓰니의 기타를 대신하듯 컨트리와 퓨전 재즈의 밝고 가벼운 느낌이 더해진, 회화적 이미지를 전해준다. 'Travels'를 편곡했던 빈스 멘도자의 아름다운 편곡 능력은 13번째 트랙 'Sotto Voce'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마치 꿈을 꾸듯 포근하게 드리워진 키보드, 오케스트레이션과 찰리 헤이든-마이클 브렉커-브래드 멜다우-브라이언 블레이드 네 사람이 기민한 호흡으로 빚어내는 뉴에이지 풍의 맑고 친근한 멜로디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안내한다.

세 번째 곡 'No Lonely Nights'와 다섯 번째 곡 'Prism'은 역시 찰리 헤이든의 오랜 친우 키스 자렛의 작곡으로, 키스 자렛의 'Live At The Blue Note : The Complete Recordings (1996)'와 'Personal Mountains (1974)', 'Changes (1983)'에서 각각 만날 수 있는 곡이다. 'No Lonely Nights'는 쿼텟 웨스트가 추구했던 영화 음악 풍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단정하고 애상적인 감성의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Prism'은 편곡의 기교를 제거하고 키스 자렛의 원곡에 충실한 채, 현역 최고의 재즈 솔리스트들의 즉흥 연주와 인터플레이에 철저히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곧잘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재즈 피아노의 신, 구 스타일리스 키스 자렛-브래드 멜다우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간접 비교를 기할 수 있는 묘미도 숨어 있다.

네 번째 곡 'It Might Be You'는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투씨 (Tootsie)'의 주제곡이며, 마지막 곡 'Love Like Ours'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다이안 슈어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곡으로, 두 곡 모두 알란, 매릴린 버그먼/데이브 그루신의 공동작품이다. 편곡은 셀린 디옹, 마이클 잭슨, 로드 스튜어트와 함께 작업했던 편곡자 제레미 루버크가 담당하고 있다. 찰리 헤이든은 펫 메쓰니의 'Secret Stroy'에서 과시되었던 제레미 루버크의 출중한 편곡 능력을 기억하고 버그먼/그루신의 작품과 자신의 작곡 'Nightfall'의 편곡을 의뢰했다. 'It Might Be You'에서 확인할 수 있는 헐리우드 풍의 감미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의 서정성, 'Love Like Ours'의 밀어를 나누듯 서로의 뒤를 쫒고 감싸주는 오케스트라와 색소폰의 대화, 하모니는 여유로운 발라드의 이완 속에서도 모던한 감각과 품격을 약속하고 있다. 찰리 헤이든이 2001년에 발표한 'Nocturne'에 수록된 바 있는 'Nightfall'에서는 라틴 볼레로의 처연함과 현악 오케스트라의 선율미, 샥소폰-베이스-피아노가 차분하게 자신의 결로 메시지를 새겨 넣은 농밀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브래드 멜다우의 'The Art Of The Trio, Vol. 1 (1997)'에 수록되어 있는 'Ron's Place'는 브래드 멜다우의 품위 있는 서정미와 마이클 브렉커의 중량감, 찰리 헤이든의 전체와 부분을 두루 헤아리는 균형감,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예민한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모던 재즈 쿼텟의 선물이다. 1980년대 이후 가장 역량있는 편곡자로 평가되고 있는 돈 세베스키의 작곡 'Bittersweet'와 아놀드 호위트, 알버트 해이규의 재즈 스텐더드 넘버 'Young And Foolish'에서는 그래미 편곡 부문 수사의 이력을 지닌 쿼텟 웨스트의 피아니스트 알란 브로드벤트의 편곡 능력이 재차 확인된다. 철저히 장식적인 효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절제된 오케스트라의 배치, 34현 현악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보위 속에 연출되는 피아노-테너 색소폰-베이스-드럼의 사색적이고 기품 있는 연주는 중심이 무엇이고, 주변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으며, 이런 현악 오케스트라와의 하모니에서 범하기 쉬운 값싼 싸구려 경음악의 과다한 낭만성을 피해 나간다.

찰리 헤이든이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했던 오넷 콜맨 밴드 시절 'Change Of The Century (1959)'에 수록되어 있는 'Bird Food'는 이 앨범에서 가장 재즈 본연의 형식, 정신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작품이다. 복잡하고 현대적인 멜로디, 리듬 양식을 지닌 곡 구조를 현역 최고의 솔리스트들은 그로데스크한 심성을 흩뿌리며, 밥과 프리 재즈의 긴장감을 풀어 나간다. 여섯 번째 트랙 'America The Beautiful'은 이 앨범에서 가장 신선한, 한편으로는 가장 파격적인 선곡, 해석이다. 둥중하게 울리는 베이스 피치카토 멜로디 사이로 넓게 퍼진 현악 오케스트라의 어울림은 찰리 헤이든이 뜻하는 미국의 꿈이 공존과 화해로움에 기반하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그것은 찰리 헤이든이 이번 앨범에 음악으로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이며, 이 앨범의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잔인함과 탐욕이 없는 세상을 꿈 꾸어 왔고, 태양의 창조적인 광채와 같은 인간 세상을 꿈 꾸어 왔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자유의 여신상이 지니고 있는 위엄 있는 꿈을 가치 있게 여기는 미국인들을 염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