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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Last Concert 본문
아름다운 영상을 남긴 추억의 영화
Last Concert
백혈병에 걸린 소녀와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중년의 피아니스트가 나누는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
영화는 정확히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의 따스한 가슴을 영상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트랙리스트에 두 곡씩 있는 곡들은 영화 멘트 삽입 트랙입니다..
앨범전곡감상
6. Sotto I Ponti Di Parigi (파리의 다리밑)
8. Avenue In The Night (밤의 가로수 길) 1
8. Avenue In The Night (밤의 가로수 길) 2
9. Dedicato A Una Stella (스텔라를 위하여)
10. Return In The Pullman (풀맨으로의 귀향) 1
10. Return In The Pullman (풀맨으로의 귀향) 2
12. Ricordi Del Passato (과거의 추억) 1
12. Ricordi Del Passato (과거의 추억) 2
13. Adagio Concerto (아다지오 콘체르토) 1
13. Adagio Concerto (아다지오 콘체르토) 2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랑의 향기, 음악의 향기
슬럼프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던 중년의 피아니스트 리차드. 백혈병에 걸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소녀 스텔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삶의 벼랑 끝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 그리고 사랑을 나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희망을 꽃피우는 두 사람의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러브스토리. 1976년 루이기 코지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최루성 멜로의 고전은 수채화처럼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 추억 속에 각인돼 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더욱 신비롭게 펼쳐내던 몽 생 미셀의 풍경, 두 사람이 행복하게 거닐던 안개 자욱한 생 말로의 해변,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몄던 몽마르트르의 작은 집, 스텔라를 위해 작곡한 아다지오 콘체르토의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차드의 재기 무대를 행복하게 지켜보다 고개를 떨구던 스텔라의 죽음 등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작품. 게다가 스텔라 역의 여배우 파멜라 빌로레지가 보여준 환한 미소와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방울에 코끝이 시큰거렸던 남자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그만큼 파멜라 빌로레지의 깨질 것 같은 아름다움이 빛을 더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가 시대를 불문하고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힘은 이탈리아의 작곡가 스텔비오 치프리아니가 들려준 서정적인 영화음악 덕분이 아닐까? 스텔비오 치프리아니... 1937년 로마에서 태어난 이 이탈리아 작곡가는 사실 낯설다. 이 영화 "라스트 콘서트" 외에 우리에게 소개된 영화들이 거의 드믄 탓이다. 하지만 그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마찬가지로 산타 세칠리아 음악원에서 화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60년대 말부터 영화음악 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그의 최고 히트작은 이 영화 "라스트 콘서트"이지만, 이 밖에도 1970년 베니스를 무대로 백혈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음악가와 그 아내의 마지막 재회를 그린 영화 "베니스의 사랑"에서도 우린 섬세하면서도 우수어린 사랑의 속내를 맛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지 않고 그 곳에서 작품활동을 해온 탓에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존재감은 덜하지만, 뭐 어떠랴. "라스트 콘서트" 한 작품만으로도 이토록 깊고 강렬한 흔적을 우리 가슴에 새겼는데...
그렇다면 이 영화를 추억할 때 가장 먼저 흥얼거려지는 곡은 무엇일까? 아마도 답은 두 가지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테마곡 격으로 영화 전편을 맴도는 멜로디 St. Michel(생 미쉘)과 리차드가 스텔라를 위해 작곡했던 Adagio Concerto... 그 중에서 우선 St. Michel부터 먼저 살펴볼까? 이 곡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 곳 몽 생 미쉘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멜로디를 펼쳐내고 있다. 게다가 이후 In Riva Al Mare(바닷가에서), Serata Al "Pub"(식당에서의 파티), Sotto I Ponti Di Parigi(파리의 다리 밑), La Citta Dorme(도시의 침묵), Avenue In The Night(밤의 가로수길), Return In The Pallman(폴맨으로의 귀향), Ricordi Del Passato(과거의 추억)처럼 분위기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주되면서 우리 마음 한 자락을 조심스레 건드리고 있는 곡.
두 사람이 함께 거닐던 생 말로 바닷가의 행복한 추억을 담아낸 In Riva Al Mare, 두 사람의 즐거운 저녁식사 풍경에 흥겨운 운율이 돼준 Serata Al "Pub", 스텔라의 아버지를 찾아 파리에 도착했을 때 에펠탑의 풍경 속에서 환하게 미소짓던 Sotto I Ponti Di Parigi, 창문 밖에서 쓸쓸히 아버지를 지켜본 뒤 돌아서던 스텔라의 외로움 위로 작은 위안이 되던 Avenue In The Night 모두 St. Michel의 멜로디를 근간으로 다른 악기를 사용해 조금 더 부드럽게 늘리거나 아니면 가볍고 흥겹게 변주한 곡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조금씩 그 서정을 달리하는 St. Michel의 멜로디를 통해 기쁨과 슬픔, 행복을 오가는 이 두 연인의 속내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엔 스텔라의 사랑과 격려, 용기에 힘입어 리차드가 작곡한 콘체르토인 Adagio Concerto를 살펴볼까? 이 곡 역시 St. Michel과 마찬가지로 사운드트랙에서 또 다른 옷매무새를 뽐내고 있는데, 그 하나가 '스텔라에게 바침'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남아있는 영화의 타이틀곡 Last Concert (Dedicato A Una Stella)이고, 다른 하나는 Stella's Theme라는 제목 속에서 짧은 호흡을 드러내던 곡이다. 어떻게 변주되던 이 멜로디를 들으면서 문득 눈시울이 뜨겁게 달궈지는 이유는 스텔라가 숨을 거두던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이 시린 풍경으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 아닐까? Adagio Concerto가 파리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되던 날, 피아노가 마주 보이는 무대 옆 작은 의자에 앉아 리처드의 재기를 자랑스럽게 지켜보다가 결국 꽃처럼 스러지던 스텔라. 이 곡은 그런 그녀의 사랑과 죽음까지도 모두 껴안고 온전히 그녀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던 리차드의 모습 위로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게워내고 있다.
이 곡들 외에 우리 귓볼을 잡아당기는 Emphasis와 Inspiration은 파리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한 리차드와 스텔라의 일상 위를 훑어가던 멜로디였다. 리차드는 피아노에 다시 열정을 쏟고, 스텔라는 그 곁에서 힘이 돼주고... 그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리차드가 피아노로 연주하던 곡이라 더욱 기분좋게 흥얼거려지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작곡가 스텔비오 치프리아니는 영화 전편에 걸쳐 St. Michel과 Adagio Concerto, 그리고 Emphasis라는 세 가지 테마를 기본 골격으로 다양하게 변주해내면서 리차드와 스텔라의 순수한 사랑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그의 손길이 머문 이미지마다 진한 사랑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이 사운드트랙은 예전에도 우리나라에 발매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은 이번에 발매되는 사운드트랙엔 영화속 사랑의 대사들이 삽입돼 있다는 사실. 대표적으로 이 사운드트랙의 첫 곡인 St. Michel엔 여성과 남성의 허밍, 그리고 휘파람 소리가 묘한 울림을 자아내다가 곧 리차드와 스텔라의 대사로 이어진다. 죽음을 예감한 스텔라가 리차드에게 선물한 별 모양의 작은 기념품. 리차드는 그것을 손에 쥔 채 "라틴어로 스텔라는 별이지?"라고 묻고 스텔라는 아주 간절하게 "저를 위해 간직해줘요.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사랑해요 리차드, 사랑해요!"라고 속삭인다. 예전 심야의 영화음악실에서 너무나 자주 들었던 바로 그 대사, 그 음악. 그만큼 이 사운드트랙에 담긴 St. Michel은 어렴풋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뿐 아니라 이 사운드트랙의 끝머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Adagio Concerto 역시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발췌한 듯한 감흥을 전해준다.
"당신에게 제 생명을 드렸어요. 아쉬워요. 너무 짧아서...", "아냐. 그것은 영원이었어. 당신은 내 가슴속에 살아있어. 이 손안에도. 그리고 내 혈관 속에 영원히..."처럼 리차드와 스텔라가 나눈 영원한 사랑의 고백들이 Adagio Concerto의 선율 한가운데서 문득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듯 리차드와 스텔라가 주고받은 사랑의 밀어는 St. Michel와 Adagio Concerto 속에 별빛처럼 눈부시게 녹아있을 뿐 아니라 음악과 음악 사이에 못다 한 이야기처럼 강렬하게 담겨 있다. 그 대사를 들으니 1976년에 시작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영원으로 이어지는 듯한 묘한 감흥에 젖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운드트랙에 담긴 그 아름다운 대사를 확인하러 비디오를 빌렸다간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는 것. 우리나라에 출시된 이 영화의 비디오는 불어 더빙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랴? 스텔라와 리차드의 주옥같은 사랑의 대사를 고스란히 수록한 이 사운드트랙이야말로 영화 이상의 포만감으로 우리 눈앞에 아름다운 풍경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귀로 보는 영화... 그 풍경 속에서 잠시 행복한 상념에 빠진다. 사랑과 음악의 향기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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