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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쌍계사 가는길 본문
쌍계사 가는 길
오늘은 아내와 저 멀리 아랫마을의 쌍계사 벚꽃십리길을 구경하기로 한 날이라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제물포 출발 5시 7분! 첫차부터 전철 안은 승객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루를 남보다 일찍 시작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네요. 대부분 나이 드신 어른들 가운데 간간 젊은이들의 활기차 보이는 모습들이 우리네 앞날을 지켜 줄 밝은 불빛으로 보입니다. 저분들의 틈 속에 우리 둘은 조금 더 일찍 봄향기를 맡겠다고 이렇게 길을 떠나고 있네요. 시청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 남쪽으로 떠납니다. 올해 처음 맞게 되는 벚꽃의 화사함을 그려 보는 기분 좋은 설렘을 가슴에 안고서..
반포대교 초입에 노란 개나리 무리들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가 다니는 동선에서는 보지 못한 개나리의 모습이 꽃구경 가는 눈에 띄는 게 아주 자연스럽군요. 공주를 지나는 들녘에 동그마니 목련하나가 만개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철 이르게 핀 목련을 시작으로 나즈막한 야산과 들녁 여기저기에 진달래의 바알 간빛과 노랑개나리들이 여린 손짓으로 우리를 반겨 줍니다.
남원 분기점을 지나며 듬성듬성 가로변에 핀 벚꽃들도 활기를 더하더니 구례로 들어서기 무섭게 바람에 날리며 활짝 핀 벚꽃들이 마치 하얀 별가루를 뿌려대듯 반짝이는 화사한 군무로 재롱을 떨고 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그때까지 새벽길 떠나느라 모자란 잠을 청하던 아내를 깨웠습니다.
"여보! 저 꽃들 좀 봐, 정~말 예쁘다!.." 부스스 눈을 뜨던 아내가 창밖에 스치듯 지나가는 벚꽃들의 자태를 보고서야 이내 나지막한 탄성을 내며 예쁜 미소를 짓네요. 근래 피곤함을 호소하던 아내가 화사한 웃음을 띤 것만으로도 오늘 여행은 성공입니다.
남도대교를 건너자 첫 목적지 하동 화개장터에 도착했습니다. 말 그대로 장터마당이네요. 평일인데도 인파가 북적입니다. 화개장터는 화개면 탑리에 있는 예전 5일장으로 가수 조 영남 씨의 노래로 유명세를 탄 시장이기도 하지요.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 내려와 섬진강과 만나는 곳으로 참게탕과 재첩국, 은어탕도 유명하지만 지금이 제철인 어른손바닥보다 큰 벚꽃굴이 특산물로 소문났는데 워낙 값이 비싸 사 먹을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화개장터는 김 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 기이고 했지요.
김 동리의 역마
역마살이 들어 떠도는 남성들과, 그들과 인연을 맺고 기다리는 여인들의 한(恨), 그로 인해 생가지처럼 찢겨 헤어져서 떠돌아야 하는 젊은 남녀의 운명과 그 구원의 문제를 표한한 소설, 그 배경의 중심에 화개장터가 있다.
장터 앞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쌍계사로 오르는 길에 핀 십리벚꽃길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다리 초입부터 벚꽃이 아치를 그립니다. 바로 이 꽃길을 보러 장장 4시간을 달려 이곳에 온 것입니다. 참 장관입니다. 다리 양 옆으로 저 멀리 아스라이 끝 간 데 없이 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곳에 여행객들의 알록달록한 옷들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다리를 건너자 조그만 광장 한편에 옛 화개장터의 유래를 적어 놓은 표지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는 이곳도 다리 건너 화개장터와 연결되어 은성한 시절을 함께 한 듯한데,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한 현재 장터의 왁자함에 가려 이처럼 자기를 알아 봐 주는 이와 함께 추억을 곱씹고 있는 듯 보이는군요. 표지석을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쌍계사 가는 길 양옆으로 식당들이 즐비하여 벚꽃의 화사함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네요. 우리나라 관광지들의 볼성사나운 모습들이지요. 보기 좋은 모습을 보려면 아무래도 조금 더 길을 재촉해야 하나 봅니다. 잠시 후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 "라는 자랑스러운 표지판이 눈에 보이며 비로소 꽃의 터널이 아름답게 다가오는군요.. 이 멋진 모습을 구경하러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나 봅니다. 길 오른편으로 지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냇물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데, 가뭄으로 인해 물이 많이 줄어 볼품이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본디 아름다운 곳이라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풍성한 물줄기를 그려 보며 즐길 수 있는 풍광들이 이어지니 다행입니다..
좌우를 둘러보니 이곳저곳에 차밭이 보입니다. 벚꽃의 흰빛과 차밭의 녹색이 대비를 이루며 벚꽃의 흰빛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있어요. 유명한 보성녹차밭은 사람이 만든 차밭인데 비해, 이곳 하동은 3천여 군데의 야생차밭에서 차를 생산하고 있답니다. 풍성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야생의 차인만큼 향이나 맛에서 가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테지요. 저만큼 차밭 언덕배기에 조그만 전망대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벚꽃길은 길가 나무밑에서 올려다보던 벚꽃의 경치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장관을 보여 주네요. 온 벚나무에 하얀 솜을 덮어 놓은 듯 마치 수 백 미터 길이의 거대한 하얀 누에가 꿈틀거리는 형상으로 눈을 호사시켜 줍니다. "에퀴 디 미디"에서 내려다보며 감탄을 했던 몽블랑의 설원풍경에 비견될 만큼 실로 오랜만의 느낌입니다.
가도 가도 연분홍 빛을 띤 하얀 꽃들의 향연입니다. 이런 길을 걷노라니 저절로 봄노래가 읊어지네요.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오늘만큼은 그 꽃대궐 차린 동네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마음도 한결 맑아지는 듯합니다. 아내는 연신 가던 길을 멈추며 아름다운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기에 여념이 없고 저는 꽃 같은 아내의 모습을 담느라 바쁩니다. 이 길은 1930년대 이곳 주민이 왕벚나무 천 이백그루와 복숭아나무 200여 그루를 심어 세월이 지나며 이렇듯 곱게 자라나 꾸며진 길입니다. 청춘남녀가 손을 잡고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 하여 "혼례길"이라는 재밌는 별명도 얻었는데, 그런 말을 들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낭만적인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과 함께 하는 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다음에는 "쌍계사"를 먼저 들러 보고, 내려오는 길에 벚꽃길을 선택해 봐야 할 것 같네요. 공간과 시간을 바꾼 같은 장소의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를 해 보면서 되돌아갑니다. 아쉽지만 이만큼의 눈호사를 한 것만으로 마음이 흐뭇합니다. 약간의 아쉬움이야 있지만, 아름다운 재회의 기쁨을 기대하며 돌아서야겠지요..
"불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어 다니면서 본다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라고 쓴 글을 보고, 여행의 기본에 대해 생각을 해 봤습니다.
기실, 요 몇 년 새에 지난 삶에서 다녀왔던 여행지 보다 더 많은 곳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배움도 얻는 의미 있는 여행도 있었고, 함께 여행을 다니던 분들과의 관계와 사랑에 대해 또 마음과 인생에 대해 토론하며 성숙해지던 여행도 있었지요. 그래도 무엇인가 항상 부족한 느낌의 갈증을 느꼈는데 "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보고서야 그 갈증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아내가 여행할 때마다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 그렇게 혼자 먼저 가면, 나는 버리고 갈 거야?." 함께 가는 사람들은 서로 손도 잡고 걸음을 맞춰 가며 천천히 둘러보는데, 늘 저만 남들보다 한 발짝 먼저 달려가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 가며 혼자가 되는 여행을 하였습니다. 빨리 보고 혼자 보는 만큼 생각의 깊이가 없던 것이지요. 여행 후에 남는 것은 사진뿐이지 감성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세상의 모두를 볼 수 없다면 기왕에 내 앞에 있는 것이라도 제대로 알며 생각을 키워야 하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하고 있던 겁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갈증의 모습이었고, 보통이 알려 준 것이지요.. 너무 늦게 알기는 했어도 어차피 늘 부족함 속에 살아가는 삶인데 뭐 어쩔까 싶네요. 이제부터라도 하나하나 고쳐 가고, 실천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벚꽃여행이 무녀리 하나 슬며시 사람 만들고 가르쳤어요..
2013.4. 4 쌍계사 십리벚꽃길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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