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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강원양양] 친구들과 겨울바다를 - 하조대 그리고 본문

여행이야기

[강원양양] 친구들과 겨울바다를 - 하조대 그리고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1. 00:54
 

https://youtu.be/2lFc7HcwG5g?si=qQUiskxkIeWPE4SW

 

하조대 그리고...

하조대,낙산사,화진포, 그리고 대포항의 모녀가리비

휴휴암”을 나와 잠시 달리던 차는 겨울바다를 즐기려면 백사장이 있는 해변이 제격이라는 두열이의 제안에 하조대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하였다.우선 바다가 내려보이는 자그만 언덕배기에 위치한 하조대등대에서 건너편에 고고히 자리 잡은 하조대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길게 늘어진 모래밭에 퍼지는 하얀 파도의 외침에 귀를 기울였다.등대에서 내려 오는 길에 수십명의 젊은 중국여행객들이 우르르 정자로 몰려 올라 가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피해 하조대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해수욕장으로 걸음은 옮겼다.

하조대 해수욕장은 그동안 애뜻함 사랑이르는 중첩된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는데.그 중에 애뜻함은 포말에 씻겨 저 멀리 스러져 하조대라는 이름에 남아 되새겨지지만 사랑은 현재진행형으로 내 삶의 소중함을 간직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바로 그 곳에서 겨울바다의 운치를 새삼 느끼며 그림자 놀이도 하고, 모래위를 걸으며 우정쌓기도 하는등 친구라 좋고 다정한 아내와 함께라 더 좋은 어울림으로 인해 우정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으니 이제 하조대 해수욕장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간직하게 할 방점을 찍은 고마운 장소라 하겠다.

또 하나의 의미를 안겨 준 하조대를 뒤로한 채 얼마 뒤 차는 자연스레 낙산사로 들어 섰다. 이곳은 지난 여름에 들러 새로움이 없었는데 그만 주차비와 입장료를 거듭 받는 낙산사의 욕심 때문에 먼 발치에서 의상대를 바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하였다. 결국 낙산사는 화재로 인하여 자비를 잃어 버린 탐욕스러운 절이라는 인상과 호떡 한 개씩을 먹고 떠나 온 헐한 여행지로 우리 일행들의 머릿속에 기억 되어질 것이다.의상대 앞에는 철운 대선사의 의상대 해돋이라는 시가 적혀 있다.

천지 개벽이야/눈이 번쩍뜨인다/

불덩이가 솟는구나/가슴이 용솟음 친다/

여보게 저것 보아/가슴이 후끈하지 않은가/

해돋이를 바라 보며 벅찬 감흥을 적어 내려 간 대선사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싯귀의 마지막 한 귀절을 인용한 이 말 한마디는 하고 떠나야겠다. “그래 가슴이 울혈로 후끈하다!”

결국 본의 아니게 호떡 먹으러 들른 "낙산사"를 뒤로 하고  "화진포"로 오르는 길에 재작년 큰애의 제안으로 피서를 다녀 온 "봉포해수욕장"도 지나고 "청간정"과 "아야진항"도 스쳐 지나는데 새삼스레 작년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대진항을 거쳐 도착한 "화진포"는 "명사십리" 해변가와 드넓은 호수가 위치한 수려함으로 유명하고 김 일성별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이 시스터즈"의 "황금물결 찰랑대는 정다운 바닷가! 아름다운 화진포에 맺은 사랑아..” 로 시작되는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이라는 60년대의 노랫가락이 주는 경쾌함이 더 살갑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 "대포항"이 변했다. 예전의 그 정취는 새로움과 재정비라는 관청의 획일성에 깨끗하고 낯설게 변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낯설게 변화된 어색한 질서에 이미 길들여져 있었으며 맞닥뜨린 현실에 순응했지만 나름대로 변하지 않은 것을 찾는 술래잡기를 하다 마침내 하나의 얘깃거리를 끄집어 내는데 성공을 하였다.

그 얘깃거리의 주인공은 모녀 가리비라는 평범한 가게와 비범한 가게주인이다. 원조를 내세운 노련한 상술로 일행을 휘어 잡던 주인 아주머니는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를 주저 앉히고 후덕한 손맛으로 만들어 내던 맛있는 매운탕과 양미리구이와 왕오징어순대 지짐이의 허름한 가격으로 풋풋한 옛 정취를 나누어 주었는데, 나이배기 그 집의 딸내미는 송년회를 위해 찾은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에게 노숙하고 구수한 욕설을 내 뱉으며 쓸쓸한 가게를 훈훈히 달구어 우리들 이 펼친 술래잡기에 기꺼이 동참하며 술래를 자청해 주었다. 그로 인해 친구들은 낯설어진 대포항 에서 익숙한 옛모습을 찾아 내면서 유쾌하고 즐거운 저녁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느즈막한 저녁에 도착한 숙소는 미시령의 품안에 위치한 델 피노호텔로 1층이 로비여서 일행들 모두 한 번씩 헛갈리는 실수를 하며 폭소를 터뜨렸다.뒤돌아 보니 벼랑에 지은것인지 몰라도 외부에서 보면 5층이고 정문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1층이라 낮에 투숙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우리 같은 실수를 안할 수 없겠다.

201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