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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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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전북군산] 군산 여행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6. 09:15

 

군산 여행

오대산으로 단풍보러 갈까 ? 새만금 방조제 보러 군산으로 갈래?

전날 급박하게 당일치기 여행을 가자던 형님께서 새벽같이 집앞으로 달려와 제시한 매력적인 행선지때문에 잠시 흔들렸던 갈등은 인천 목포와 함께 일제 강점기 수탈의  상처를 공유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한 번 가 봐야겠다고 다짐을 해 두었던  군산으로 향했다.고속도로는 안개가 자욱하여 속도를 내기 힘들고 시야에 잡히는 아름다운 풍경은 없어도 이미 호기심으로 들떠 있 기대감을 덮을 수는 없었다.

당진을 지나 서천표지판이 보이며 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서천이란 지명을 보자 문득  학창시절 기차안에서 캠핑장비를 모조리 도둑맞아 허탈하게 도착한 대천해수욕장에서 구세주처럼 우리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던 감 대심이라는 여학생이 기억속에서 떠오른다. 당시 서천에 살았던 이제 할머니가 되었을 그녀의 학생시절 쌍갈래 머리의 모습도 자연스레 스쳐  지나간다. 내 삶에서 정말 고맙다는 마음을 갖게 한, 몇 안되는 인연중의 하나인데 무심코 바라 보던 표지판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라 형님에게 호들갑스레 당시의 사건을 풀어 놓았다. 

이어 지나치는 비인이라는 생소한 지명에서 오스트리아가 떠 오르고  오래전  "하이델 베르그" 고성이 올려다 보이는 대학가의 광장 귀퉁이에 있는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에서 마리오 란자가 노래를 부르는 술집 " 춤 로텐 옥센"  에서 마시던 맥주에 비치는 그윽한 빛줄기를 떠 올리며 그 시절의 추억을 기억케 하는 바람직한 효과를 연출해 냈지만 한편으로, 멋진 분위기가 주어져도 술 한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게 된 몸뚱이가 은근히 밉살스러워지는 현실마저도 되새기게 하였다. 

군산시내를 지나는 중에 군산영광여고의 표지판을 보면서 잊어 버리고 있었던 배지 모으기의 취미까지 생각 났다. 학창시절에 우표수집과 더불어 수학여행지의 배지와 졸업한 학생들의 배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5.18 광주사태 당시에 반란군의 총에 맞아 순직한 동창 병택이가 아는 누나거라면서 영광여고의 뱃지를 손에 쥐어 주며 음흉스런 미소를 짓던 그 순간이 떠 오른다. 병택이는 동창들을 만나도 입에 잘 안 올리는 친구라서 그 의미가 더 애뜻하게 와 닿는다.

이러구러 표지판에서 추억들을 떠 올리다 첫 목적지로  (구)군산세관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진행방향 정면으로 진포해양공원이 보인다. 일단 주창장에 차를 세우고 관광 안내소에서 팸플릿 하나를 얻어 어디를 갈까 가늠을 해 봤는데 가보고 싶은 곳들이 도보로 사방 이십분 거리내에 다 있었다. 아기자기한 군산의 도심환경에 놀랐으나 이 곳 역시 인천의 중구와 마찬가지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발전했을 역사를 생각하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판단하면서 우선 눈앞에 보이는 진포해양공원부터 들러 보기로 하고 바닷가로 향했다.

최 무선장군의 화포를 이용한 진포대첩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 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올망졸망한 화포 8문과 거대한 수송기 그리고 해방되던해 건조된 L.S.T.위봉함등을 보면서 자연스레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떠 올렸고 부잔교를 보면서 연안부두의 오잔교를 떠올리던 나는 인천사람임에 틀림없다.

(구)인천세관건물은 사라졌지만 (구)군산세관 건물은 깔끔한 모습으로 남아 새로이 단장을 하면서 방문객들을 기디리고 있었고, 인천 중구청옆 팟알과 같이 이 곳에는 옛건물을 활용한 미즈커피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을 활용한 근대건축관과 (구)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근대미술관에서는 개항장박물관과 인천요식업 중앙회가 상상되었다. 근대건축관옆 창고 건물뒤에는 옛군산역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고  증기기관차의 모형이 전시 되어 있는데 바로 창고 앞쪽에는 근대역사박물관에서부터 끊어진 기찻길에 노란 국화들이 철로를 따라  바람에 너울지며 흔들리고 있었다..

군산역시  인천과 마찬가지로 일제의 수탈현장이 근대문화라는 미명으로 소개 되고 관광화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전시하는 방법과 소개방법등 역시 인천이나 군산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기대한만큼의 만족감을  얻기는 힘들었다. 인천이나 군산이나 열악환 환경에서 역사가들과 관리자들이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의식이 깨어 있는 위정자들이 솔선수범 지원을 하는 것이 최선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시와 보존의 방식들을  발전시켜  오래된 역사와 마찬가지로 근대과거사도 제대로 배우고 인식하여 망언을 일삼는 아베같은 족속에게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면서 끓는 화를 속으로 새기는 현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포해양공원과 부잔교를 돌아 보고 근대건축관에서 히로쓰 가옥및 이 영춘가옥등 근대사에 이름을 남겨 놓은 건물들을 찾아 보고, (구) 군산세관 장미갤러리와 근대 미술관등을 주마간간격으로 돌아 본 뒤 동국사를 들러보고 당초의 목적지인 새만금방조제로 떠나기로 하였다.

방조제로 향하면서 군산의 이름난 빵집 이성당엘 들러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는데  단팥빵의 쟁반을 매대에 놓기 무섭게 집게를 든 여성들이 자기 쟁반에 정신없이 올려 놓기 바쁘고 이미 예약한 손님들은 백개를 주문했다느니 육십개를 포장해 달라느니 사재기의 수준이 생각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 추석때 막내처체가 가져 온 이 곳의 팥빵과 야채빵을 먹어 봤을때는 두툼한 팥소가 매력일 뿐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단팥빵을 낚아 채는 손님들의 재빠른 모습을 보면서 그 날 채 느끼지 못한 특별한 맛도 되새겨야 하려나 보다.

동국사는 생각보다 큰 절은 아니었다. 일본승려가 지은절로 해방을 맞아 정부로 이관되었다가 지금은 조계종에서 관리하고 있는 절이다. 대웅전의 보물 1718호 소조석가여래 삼존불및 복장유물을 관람하고 절 뒤편에 대나무숲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연세 지긋한 분께서 내게 "어르신 저 대나무가 우리나라 품종이 맞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다. 얼결에 절에 들어서며 보아 두었던 안내판의 내용을 떠올리며 저 품종은 맹종죽계열의 죽순용 일본품종이라 답변을 하면서도 나보다 훨씬 연배인 듯한 분이 어르신이라니?" 라는 생각에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황당한 기억을 뒤로 하고 동국사를 떠나 차는 새만금방조제를 향해 달리고 있다.오른편으로는 군산산업단지가 이어지면서 한국유리공장을 지나치고 군산1부두와 쌍용양회공장도 스쳐 지나간다. 비릿한 내음이 흐르는가 싶자 비응항이 나타나고 툭 틘 제방도로가 끝없이 펼쳐졌다. 무려 34키로의 새만금방조제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평일이라 지나는 차량도 거의 눈에 뜨지 않는다.차르르 내달리는 바퀴의 소음만이 달린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제방 양편으로 푸른바다와 수평선이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새삼 인간의 위대한 힘에 감탄을 한다.

"신이시여! 당신의 전지전능을 믿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면서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의 위대함을 피부로 느끼며,

진심으로 당신의 영원함을 깨닫습니다.!"

방조제 끄트머리에 새만금방조제 홍보관이 있다.정말 홍보관이다.끝없는 표와 사진과 안내문이다..골치 아프고 눈이 가지 않는다.영상과 설치물도 다 고만고만하다.대체 저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누가 다 볼까 궁금하다.저것을 다 보라고 설치해 놀은 것인가? 마지막목적지인 새만금 방조제의 홍보관까지 내달았으니 이제 돌아 가는일만 남았다. 

방조제중간의 신시도에는 선유도로 가는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우리때는 이 곳을 고군산열도라고 배웠는데 어느새 군도로 바뀌었다. 군도중의 하나인 선유도는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때가 지나 배가 출출하길래 고군산군도의 맛있는 집을 검색해 보았더니 무녀도에 맛있는 집이 검색되었다. 얼핏 안내팸플릿을 보니 부분적으로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길래 혹시나 하고 고군산대교로 향했는데 무녀도를 앞에 두고 원주민만 통과 시킨다는 안내원의 말에 아쉬움을 떨궈 놓으며  돌아 나오는 길로 알록달록 한무리의 자전거 하이킹족들이 유유히 고군산대교를 통과하고 있다...  

2016.10.19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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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는 지금 새만금방조제와 하나되는 연결도로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신시도와 무녀도는 고군산대교로 연결되어 개통이 되었고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도로공사가 마무리 되는 내년 12월경이면 선유도까지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게 된다.연도교가 섬주민들의 숙원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육지와 섬이 다리로 연결됨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누구라도 아는 뻔한 이유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 역시 엄청난 역사임에 틀림 없고 세계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 되는 그 업적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환경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대가代價를 생각하면 후손에 큰 죄를 짓는 행위임을 뼈가 시리도록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업인 것이다.

그리고 고군산 군도의 群은 무리군이고 열도의 列은 벌일열 즉 잇는열인데 내년12월이면 무리짓던 모든섬이 하나로 이어지게 생겼으니 다시 열도라고 명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는데 일본이 열도라서 기분이 나빠 군도로 바꾼 듯하니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내 생각일뿐이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