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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호이안] 호이안의 밤 / 2018.3 본문

여행이야기

[호이안] 호이안의 밤 / 2018.3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9. 12:18

https://youtu.be/apxoIC1lzrg?si=UjpU2BTBZXht42q8

 

 

호이안의 밤

호이안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낡아 온 건물들과 여유로운 삶들이 이루어 낸 찬찬함이 어울리는 도시이다. 이제 해는 강물에 떠 가고 어스름한 하늘빛이 다가 올 때면 곳곳에 늘어진 등불들이 낮동안 숨어서 볼 수 없던 저마다의 색으로 빛을 발하며 호이안의 밤을 아름답게 수 놓는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등불이 켜질 즈음이면 호이안의 또 다른 색감을 느껴 보게 된다.

마치 한강 이남과 이북을 가른 듯한 호이안의 강북쪽이 소비적인 강남의 풍경이라면 강남쪽에는 이색적인 술집들이 넘쳐 나는 이태원의 느낌을 보여 준다. 야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함과 흥취를 함께 북돋는다. 왼편의 주점과 카페들은 흥취를 돋우는 풍경들로 밤을 적시고 오른편은 호이안의 꿈을 파는 등불과 도자기 서화등 이국적인 잡화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중에도 집안의 분위기를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등불들은 마치 홍등가의 색시들처럼 농익은 매력을 불사르며 객들의 심사를 유혹하고 있다.

 베트남에 와서 보니 유명한 곳은 어디나 낮밤 장소 구분없이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들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많이 보이며 저들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보내는 인심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 곳도 예외없이 빨간예복을 입은 신랑신부의 모습이 야시장의 등불을 붉게 달구고 있다.

호이안의 밤풍경에 동화되려면 투본강에 배를 띄우고 소원을 빌면서 형형색색의 등불을 강물에 띄우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각자의 소원을 빌며 강물에 소원등을 조심스레 흘려 보냈다. 새삼 아내의 소원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건너편 강가에서는 몇 시간째 흥겨운 음악소리와 사회자의 진행하는 소리가 행사장의 밤을 춤추게 하고 있다. 그 곳에서 퍼져 나온 불빛과,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상점의 불빛과, 야시장의 등불과, 강물을 흘러 내리는 잔잔한 소원등불의 빛까지 비다듬어, 밤을 애뜻해 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호이안의 밤을 그리고 오늘의 추억을 길게 늘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