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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서산] 코끼리가 살고 있다는 황금산에서 본문

친구들이야기

[서산] 코끼리가 살고 있다는 황금산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31. 00:38

코끼리가 살고 있다는 황금산에서

친구따라 찾아 간 서산의 외진 곳에서  콧잔등에 운치있게 소나무 한 그루 얹어 놓고,그윽하니 바다를 바라 보면서 물 한잔 들이키는 코끼리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찾았던 삼천포 앞바다의 코끼리는 콧잔등 수북하니 잡목으로 덮혀 눈이 시원하더니 서산의 이 코끼리는 소나무를 콧등에 얹고 사색하는 고고한 운치가 있어, 비 온 뒤에 부는 시원한 바람과 밝은 달을 추측케 하는 제월광풍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묻지마 여행이라는 광진이의 말에 그거 재밌겠다 싶어  목적지도 모른 채 차에 올랐다. 행담도를 지나 광활하게 펼쳐진 황금빛  들판의 출렁임과, 삼길포항의 낭만마저 마음속에 쟁여 두었더니 보이는 것은 외딴 산업단지의 황량한 풍경뿐이라 오늘은 그냥 바람이나 쐬이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차창밖으로 흐르는 가을 바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바다의 품에 안겨 있는 듯한 자그마한 야산이 보이면서 이 곳이 목적지인  '황금산' 이란다. 지명을 듣고서야  고잔역앞에서 만나 오늘 여행의 컨셉이 '황금빛을 찾아서' 라고 얘기한 광진이의 함의적 표현이 와 닿는다.

황금산은 불과 150여미터 높이라기에 마음 편히 다녀 오리라 생각했던 게 큰 오산이었다. 산 중턱에 올라서고 나서야, 고행의 길로 나섰다는 광진이의 말에 주억거리고, 오르내리는 변화로운 산행코스가 별 것임을 깨우치고, 몽돌해안에서 몽돌 밟으며 걷기가 그렇게 힘든 줄 알고 나서야 득도까지 하리라는  친구의 말이 高言이었음을 확실하니 깨닫게 되었다. 

새벽에 흘리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는 말을 하길래 무슨 소린가 하며 그냥 듣고 넘어 갔는데 지금에서야 . '서로 사귀는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이다.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붓다의 말씀의 의미를 빗대어 미리 들려 준 친구의 깊은 속마음을 느즈막하니 깨닫는 愚를 범하고서야  따스한 우정을 가슴속에 흐드러지게 담아 놓았다.

그렇게 오늘은 좋은 구경에 득도의 경지를 체감시키고 우정담은 속엣 말로 요즘 들어 차츰 비어가는 내 머릿속을 채워 준 광진이의 멋진 이끌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모처럼  뻐근한 근육의 용트림도 느끼고, 운동부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까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어 좋은데다,무엇보다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내게 뒤쳐지면 오르기 힘들다면서 끝까지 뒤따르며 응원해 준 두열이와 말 한마디 한마디 세심하게 챙겨 준 윤석이와 석이등 부족함을 챙겨 주면서 다같이 하루를 함께한 친구들의 우정을 가슴에 뻑뻑하게 채운 날이었다.고마운 내 친구들...

2018.9.30 그루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