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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찔레와 장미 본문

내이야기

찔레와 장미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6. 19:30

찔레와 장미

담장에 피어 난 장미와 찔레꽃, 그리고 개망초 등 야생초들이 다소곳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다. 며칠 만에 찾은 담장에서 문득 무엇이 비어 있는 듯한 허전한 마음이 들어 찾아보니 찔레꽃이 모두 떨어져 흔적 없고, 장미만이 붉은 농염함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겠다.

6월이면 담장에 무리 지어 핀 찔레꽃의 하얀 자태에 듬성듬성 장미의 화사함이 돋보이다 며칠 뒤면 서로의 향과 자태가 절정을 이루고는 이내 찔레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홀로 세상을 차지한 장미의 도도함이 시야에서 춤추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애달프다! 장미꽃 역시 시간이 흐르면 지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음을.

이달 초에 남북평화재단 주선으로 떠났던 교동도에서도 섬 전체에 활짝 피어 난 찔레꽃으로 인해 온 섬이 환하게 빛나는 것을 보면서 당초 목적한 역사의식을 밝게 한 것보다 섬의 찔레에 대한 하얀 정감을 더 마음에 새겨 돌아왔다.

남자가 꽃을 좋아하면 나이 들어가는 징조라던 선배의 말씀에 쭈뼛하던 내가 이제야 그 의미를 알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으니 세상사 경륜만 한 것은 없나 보다. 먹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게 바로 나이라는 말 역시 실감을 하는 때이다. 오십 줄을 훌쩍 넘어서며 잔잔한 음악이나 감동적인 글귀와 영상을 보며 울컥하는 일이 잦아들고 칼칼한 성격의 모서리가 서서히 둥그레지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는 탓일 게다.

꽃은 피고 지고.. 그렇게 또 새로이 피어난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다 보면 세월의 굽이가 저 멀리 모퉁이 사이로 슬그머니 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늘 벌이 찾아들던 꽃은 떨어지고 꽃받침만 남은 찔레를 보면서 이제는 내가 그동안 갈고닦은 세월의 경험을 장미와 같은 후배들에게 나누며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할 도리를 깨우친다.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제가 해 나가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구별도 못하면서 세상을 농단하는 어리석은 정치인들과 도리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 깊이 찔레와 장미에 담긴 순환적 의미가 심어졌으면 하는 바람만 가슴에 회오리치고 있다.

201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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