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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Mary Hopkin / Earth Song 본문

음악이야기/팝

Mary Hopkin / Earth Song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2. 15:15

https://youtu.be/72biFINHY9A

 

Mary Hopkin / Earth Song

메리 홉킨 / 땅의 노래, 바다의 노래
Mary Hopkin / Earth Song, Ocean Song 

메리 홉킨은 비틀스 The Beatles의 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가 제작한 데뷔 앨범 《포스트 카드 Post Card》(1969)와 ,  러시아 민요 멜로디를 차용한 싱글 <지나간 시절>로 단숨에 유명해졌다. 1971년에 공개된 두 번째 음반 《땅의 노래,바다의 노래》에서는 서정적인 목소리의 재능 넘치는 영국아티스트 메리 홉킨을 만날 수 있다.

당신이 마음을 바꿀 무언가를 보여드릴게요 / 런던

나는 라디오 키드였다. 1980년대 중반, 라디오는 팝송을 마음껏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팝송을 듣는 동안은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상상을 했다. 일본 부도칸에 가면 딥 퍼플 Deep Purple과 에릭 클랩튼 Eric Clapton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면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이 연주하고 있을 것 같았다. 레드 제플린의 공연을 보고 바깥으로 나오면 센트럴파크에서 사이먼과 가펑클 Simon&Garfunkel이 노래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시험공부를 핑계 삼아 친구들과 모여 볼륨을 가장 작게 해놓고 라디오를 듣다가 아바 ABBA의 음악이라도 흘러나오면 멤버들의 국적을 놓고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아바의 노래 가사가 대부분 영어라서 우리는 그들의 고국이 미국인지 영국인지 무척 궁금해했는데, 간혹 핀란드나 노르웨이라고 우기는 녀석들도 있었다. 사실 아바는 스웨덴 출신 가수였지만……….

그중에서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는 영국이라는 나라와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암울한 인상을 심어주고 말았다. 런던이라는 대중음악의 성지가 졸지에 그곳 날씨만큼이나 음울한 곳이 되어버린 셈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들, 특히 《벽The Wall》을 들을 때면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곤 했다.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수많은 박물관과 전시관 대신 소시지와 벌레들, 그리고 거대한 흰 벽이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상상은 런던을 처음 방문할 때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벽>의 복제 음반을 구하러 다녔던 종로 세운 상가의 암담한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처음 영국 히스로 공항에 내려 런던 시내로 들어설 무렵 이어폰에는 <벽 속의 또 다른 벽돌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이 흐르고 있었다.

물론 런던은 그런 '무서운 곳이 아니다. 아침엔 구름, 오전엔비, 오후엔 다시 구름, 런던 날씨는 예상대로 변덕스러웠지만 날씨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한밤중에도 구름이 걷히지 않으니 달의 어두운 뒷면도 보이지 않아 되레 안심이다.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학교인지 공원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아담하고 예쁜 학교들이 눈에 띈다. 그곳에는 회초리를 들고 소리 지르는 선생님도 없고, 담벼락도 없다. 핑크 플로이드는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유스턴 역에서 외곽 도시 왓포드를 나가는 기차역 근처에는 벨 앤 세바스찬 Belle and Sebastian의 새 음반 발매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길가에 붙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벨 앤 세바스찬의 새 앨범들은 내가 런던을 방문할 때마다 세상에 나오곤 했다. 왓포드에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사 밖에 어슬렁거리는 동물 한 마리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건 여우다. 왓포드를 출발해 런던으로 돌아오는 내내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그 여우는 눈 대신 비를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벨 앤 세바스찬은 <눈 속의 여우 The Fox in the Snow〉를 노래했는데……….

런던을 다시 찾았을 때, 내 가방 속에는 <런던 거리 Streets of London〉가 수록되어 있는 메리 홉킨 Mary Hopkin의 두 번째 앨범《땅의 노래, 바다의 노래 Earth Song, Ocean Song》가 들어 있었다. 런던을 처음 여행하는 동안 메리 홉킨의 음반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내내 후회했었다. <런던 거리>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공장 위의 분홍빛 돼지의 공포도 없어졌고, 소시지 공장과 하얀 벽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크림슨 왕의 궁전이 있을 법한 자리에는 원래 있어야 할 버킹엄 궁이 있을 뿐이다. 나의 발걸음이 다시 런던에 닿는 순간, 메리 홉킨은 런던에 관한 이야기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히스로 공항을 나서자마자 공항 밖 의자에 앉아 메리 홉킨의 노래를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런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날은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날이라던데.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그리고 어떻게 내게 얘기할 수 있죠? 더 이상 태양은 빛나지 않는다고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끌게 해주세요, 런던 거리 사이로 당신이 마음을 바꿀 무언가를 보여드릴게요

메리 홉킨이 불렀던 노래들은 대부분 원곡이 따로 존재한다. 그의 최대 히트곡 <지나간 시절 Those Were the Days〉도 러시아 민요에서 멜로디를 따온 것이고, <런던 거리> 역시 랄프 맥텔 Ralph McTell이 1969년에 발표했던 노래가 원곡이다. 하지만 나는 런던을 생각할 때마다 메리 홉킨이 부른 노래를 즐겨 듣곤 한다. 적지 않은 영국 가수들이 랄프 맥텔의 노래를 다시 불렀지만, 런던을 생각하면 메리 홉킨의 목소리가 흐른다. 그의 목소리는 우연히 보았던 런던의 푸른 하늘을 품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던 아름다운 하늘. 

Mary Hopkin /지나간 시절 Those Were the Days

https://youtu.be/QptZ8tYZ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