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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듀스 - Rhythm Light Beat Black (1994) 본문

음악이야기/한국음악

듀스 - Rhythm Light Beat Black (1994)

김현관- 그루터기 2023. 6. 2. 00:17

듀스 - Rhythm Light Beat Black (1994)

https://youtu.be/u6Ew6-IQ5gg

 

랩 음악하면 당연히 '서태지와 아이들'이지만 흑인의 거리음악인 랩을 랩답게 하면서도 우리 입맛에 맞게 창조적으로 가공해낸 주역은 이현도와 고(故) 김성재의 듀오 '듀스'였다. 당시 랩, 그것을 포함한 흑인문화의 통칭 개념인 힙합은 미국 본토에서 신세대들의 가치관(저항과 패션)이 녹아든 문화적 코드이자 또한 주류음악이었다. 듀스는 '랩 언어의 국산화'를 일궈낸 서태지와 아이들을 넘어서 그러한 본토의 '힙합'을 우리에게 전해준 주역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2년 지상파를 통해 제도권에 도약하고 199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자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댄스그룹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들의 흉내 내기와 따라하기에 급급했다. 갑자기 가요계는 '랩 댄스'판으로 돌변했고 주류음악도 '발라드와 포크'에서 생경한 '랩'으로 자연스럽게 재축조되었다.

 듀스는 그러나 단순히 '서태지 모방성'에 그친 랩 댄스를 전면으로 부각시켜 춤과 외모로 스타덤 획득을 꾀한 '뒷북' 댄스그룹들과는 달리 그 당시로는 드물게 '흑인 필'을 강조한 음악적 아이템, 이를테면 힙합음악이라는 '앞북'을 치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공략했다. 국내 언론에 랩 대신 힙합이라는 용어가 등장해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였고 힙합의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제거한 주인공이 바로 듀스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1992년에 결성된 듀스는 이듬해 데뷔작과 2집을 연이어 발표, 아직 형체가 확실하지 않았던 흑인 힙합에 대한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그것을 국내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개량해냈다.

 이 앨범들에서 '나를 돌아봐' '우리는' '약한 남자' 'Go! Go! Go!' 등이 주목받으면서 그들은 힙합 서클에서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이어서 94년, 타이틀곡이자 여름 냄새가 물씬했던 '여름 안에서'가 말해주듯 여름시즌을 겨냥한 앨범 'Rhythm Light Beat Black'을 내놓으며 '한국적 힙합'의 완전한 도래를 선언한다. 우리에게는 '리믹스 앨범'으로 통하는 작품이다.

 흑인음악의 요소들을 고루 동원하면서도 그것을 우리 어법으로 만들어낸 게 이 앨범의 진면목이다. 신곡으로 수록된 곡 'Time 2 wreck-Deux+ness'는 본격 힙합을, '영원의 노래'는 R&B 발라드를, '영웅에게'는 전매특허인 댄스 힙합을, '떠나버려'는 테크노사운드를 들려주지만 그래도 우리 귀와 발에 잘 맞았다.

 리듬과 멜로디를 잘 배합하는 이현도의 솜씨는 기존 곡들의 리믹스에서 한층 발휘되었다. '약한 남자' '무제(無題)' 'Go! Go! Go!'가 좀더 강하고 치밀한 리듬으로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 것은 그의 역량이 가져온 결과였다.

 하지만 듀스를 논할 때 음악뿐만 아니라 가사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약한 남자', 'Go! Go! Go!' 같은 곡들은 대중가요의 소재로 유행처럼 불거지던 사랑타령에만 머물지 않았고, 사회의식이 강한 메시지와 그 시대 젊은이들의 반항과 분노, 슬픔을 표현했다. 그것은 힙합의 본성(本性)이기도 했다.

 '질투와 시기는 우리에게 필요 없고 가식과 허식은 우리 더욱 필요 없고 서로에게 한번씩 더 웃어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 문제될게 없고 하지만 그런 마음 쉽지만은 않고 심지어는 그러려고 생각조차 않고 마음을 닫고 두 귀를 막고 세상의 모든 고민 혼자 얼싸안고…' - 'Go! Go! Go!'

 'Go! Go! Go!'의 국내 최초라고 할 랩 라임은 파격적이었다. 그것은 탐 내 안무와 패션을 담당했던 '랩 스페셜리스트' 김성재의 재능이었다. 그는 정말 랩을 잘했다. 간결한 라이밍을 특징으로 한 독창적 래핑으로 그는 '한국어는 랩에 부적당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걷어내 버렸다. 어쩌면 이후의 우리 댄스그룹들이 흑인을 뺨칠 정도로 랩을 잘 구사하게 된 것은 힙합의 '한국적 어법'을 시범한 김성재 덕분인지도 모른다.

TV 쇼 프로그램에 종종 출현해 신비감을 주지 못한 탓인지 일부 매체에서는 그저 그런 댄스그룹이 만들어낸 그냥 평범한 리믹스 음반이라며 앨범을 평가 절하해 당대에 찬사를 획득한 편은 못되었다. 하지만 매체관계자 아닌 듀스 마니아들은 그 진가를 알았다.

듀스는 비록 단기 활동기간이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광풍(狂風)에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그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파워를 행사했다. 인기는 서태지와 아이들 밑이었지만 음악성은 대등했던 그들의 진면목을 이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듬의 매력이 압권이다.

 후배 댄스그룹에게는 '표본그룹의 표본앨범'이 된, 이의를 달 수 없는 한국 힙합의 초기 걸작! 다시 볼 수 없게 된 김성재(1995년 의문사) 때문에도 그리운 앨범이다.

 

-수록곡-

1. 여름 안에서

2. 약한 남자

3. 무제(無題) (Hard Core Version)

4. 알고 있었어 (Song Version)

5. Time 2 Wreck-Deux+Ness

6. 우리는 (Power Up Version)

7. 또 하나의 슬픔 (Instrument)

8. 떠나 버려

9. 약한 남자 (Wow Wow Version)

10. 영원의 노래

11. 나를 돌아봐 (House Version)

12. 영웅에게

13. Go! Go! Go! (2 Heavy Version)

14. 우리는 (Club Mix)

<출처: http://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