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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지족 知足 본문

철학,배움,지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지족 知足

김현관- 그루터기 2023. 7. 11. 10:26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지족 知足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지족 知足

일득록, 홍재전서, 정조

 

하루는 날씨가 매우 더웠다.

주상께서 침실 남쪽 거실에 계셨는데, 저마가 매우 짧아 한낮의 해가 뜨겁게 내리쬐었다. 직제학 서유방이 아뢰기를,

이 방은 협소하여 한여름이면 더욱 불편합니다. 건물을 별도로 짓자는 유사의 청은 비록 윤허를 얻지 못하였으나 서늘한 곳으로 옮겨 여름을 보내는게 좋을 듯 합니다라고 그러자 주상이 대답했다.

"지금 좁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서늘한 곳으로 옮기면 또 거기에서도 참고 견디지 못하고 반드시 더 서늘한 곳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만족할 때가 있겠는가. 만약 이곳을 참고 견디면 이곳이 서늘한 곳이 된다.이것을 미루어 나간다면 만족할 줄 안다'는 말이 적용되지 않을 곳이 없다."

一日苦熱.

上御寢室南橋 而簷甚短 吾陽下曝. 臣奏曰 此室狹隘 尤妨盛夏, 有司別構之請 雖未蒙允可 而擇一爽塏處納凉 恐無不可. 上曰 今若捨此湫隘 就彼爽塏 又不能耐過 必更思爽塏處, 如是而豈有知足之時乎. 果能耐過 此便是爽埕處, 推此以廣 則知足二字 無處不當.

정조는 독서와 호학의 군주였다. 우리 역사상 그만큼 많이 읽고, 많이 쓴 임금은 없었다. 경연 자리에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오히려 가르침을 받을 정도로 그의 학문 경지는 도저했다. 184권에 달하는 문집 '홍재전서' 는 그의 끊임 없는 공부의 결실이다. '일득록'은 정조의 언행을 신하들이 적은 수상록이다.

1783년 여름, 규장각 관리 서유방은 정조에게서 지족의 가치를 주목했다. 임금은 만인지상의 자리다. 정조 임금이 원한다면 여름날 책읽기를 위해 전용 독서실은 물론 냉방장치까지 갖출 수 있으리라. 그러나 뙤약볕을 받으며 독서하던 그는 신하들의 건의를 물리쳤다.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한다. 그것이 '제왕의 지족'이다.진정한 낙은 자연의 섭리 안에서 만족을 얻는 것. 명심보감에도 이런 구절이 보인다.

만족을 아는 자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즐겁고, 만족을 모르는 자는부귀하게 되더라도 근심하게 된다.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 명심보감

 

#조 운찬 #옛글의 풍경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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