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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가을과 나이의 무게 본문
가을과 나이의 무게
가을은 삶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봄의 설렘과 여름의 분주함을 지나, 가을에 이르면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풍요의 계절이라 하지만, 그 결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허전함과 자기 연민이 찾아온다. 환갑을 지난 뒤로, 나는 해마다 이 계절을 조금 더 무겁게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 친구의 딸 결혼식에 다녀왔다. 축하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은 공허했다. 젊은 세대의 환한 웃음을 바라보며, 나는 내 인생이 어디쯤 와 있는지 묻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벗이 그리워 전화를 걸고 차 한잔을 기울였지만, 마음속 허허로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아내는 늦깍이공부에 몰두해 있고, 아이들은 제 일상에 바쁘다. 대화다운 대화는 드물고, 내가 건네는 말은 잔소리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 왜 살아가고 있는가. 무엇을 기뻐하는가.”
대답은 늘 분명하지 않고, 그 물음은 곧 흩어진다. 그럴 때면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 오고, 남의 이야기에 잠시 기대어 본다. 그것마저 오래 머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볍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가을은 여전히 매혹적인 계절이다. 낙엽이 흩날리는 길을 천천히 걸을 때, 인생이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여행이라도 다녀오려 한다. 쓸쓸했던 마음을 낙엽 속에 묻고 돌아올 수 있다면, 다가올 겨울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맞을 수 있으리라.
가을은 무엇보다도 비움의 계절이다. 하늘이 비어 있어야 구름과 빛을 담고, 강과 바다가 비어 있어야 많은 물줄기를 받아들인다. 숲이 비어 있어야 새들이 깃들고, 빈 골짜기에 바람이 불어야 울림이 생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비워 두어야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다.
쓸쓸함조차 인생의 일부라 여기고, 그 빈자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아마도 이 계절이 내게 주는 가르침이다. 가을은 곧 지나가겠지만, 그 흔적은 겨울을 건너 다시 봄으로 이어질 터이다. 인생 또한 다르지 않다. 지나온 시간을 한탄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며 마음을 비워 두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삶의 태도이다. 202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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