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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세월 -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본 인생 본문
세월 -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본 인생
인생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온 지 어느덧 수십 년이 흘렀다. 이제는 삶의 산등성이에 다다른 듯하다. 발아래로는 아련한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눈앞의 길에는 단풍이 짙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 풍경 속에서 세월의 덧없음과 깊이를 동시에 느낀다. 마치 멀리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듯한 이 고요한 시선 속에서, 나는 지나온 날들을 조용히 돌아본다.
저물녘, 노을이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또 한 해가 깊어간다. 문득 한때의 나를 떠올린다. 작은 일에도 쉽게 격정에 휩싸이던 시절, 세상에 대한 불만과 할 말이 끝없이 솟구치던 젊은 날이었다. 그때의 마음은 언제나 날카로웠고, 매 순간은 비수처럼 예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의 끝이 조금씩 무뎌지고, 그 자리에 오래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빛바랜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친구들의 얼굴, 가족과 나누었던 따스한 시간, 그리고 젊은 날의 뜨거운 꿈과 열정들이 바람결처럼 스쳐 지나간다.
예전에는 그렇게 치열하게 붙들던 욕심마저도 이제는 아지랑이처럼 사그라진다. 뾰족하던 마음의 각도 세월 속에서 둥글게 다듬어졌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밤낮없이 달려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마음의 평온만을 구하게 된다. 이 고요한 변화 속에서 문득 나는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처럼 변해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이것이야말로 세월이 내게 새겨놓은 가장 분명한 흔적임을 깨닫는다.
살아보니 결국 모든 순간은 그리움으로 돌아오는 듯하다. 과거의 찰나들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그 속엔 미처 다 채우지 못한 후회의 그림자도 함께 묻어난다. 젊은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삶의 이치들이 이제야 비로소 가슴 깊이 와닿는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며 깨닫고, 그 깨달음 속에서 한 뼘씩 성장하는 존재인 듯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가장 큰 스승은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그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얼마나 숭고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깨달음이 다소 늦었다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이제라도 그 뜻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앞으로도 나는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지나온 날들을 겸허히 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을 차분히 맞이하며 살아가려 한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잠시 멈춰 서서 쉼 없이 달려온 나 자신을 따스히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리움과 감사의 감정을 다시금 되살린다.
지금 이 순간, 오래도록 마음 깊숙이 담아두었던 애틋한 감정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귀하고도 값진 시간일지 모른다. 지나간 시간들은 되돌릴 수 없지만, 그 모든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깊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삶의 길 위에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고맙게 여긴다. 앞으로의 길도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려 한다.
이렇듯 삶의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그리워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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