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6/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젖은 입꼬리 본문

내이야기

젖은 입꼬리

김현관- 그루터기 2025. 11. 17. 21:27
젖은 입꼬리
 

월미공원을 다녀오던 날, 피곤에 지친 아내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내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들여보는데. 흑단 같던 머리결 사이로 어느새 흰 머리카락이 자리 잡았다. 세월이 아내의 머리카락 위에 흰 공작새처럼 날아든 그 모습이 애틋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고운 이랑 사이사이 세월의 가래질로 깊어진 주름들이 보이는구나. 젊었을 때의 그 맑고 고운 피부는 이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 높고 높은 산등성이처럼 아내의 얼굴에도 붉은 노을 같은 세월의 색이 짙게 물들어 있다. 그녀의 손, 비단결 같았던 섬섬옥수는 차가운 세월을 맞아 거칠어졌고, 그 모습에 내 마음은 아리다.

도로롱, 도로롱, 비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내가 힘든 하루를 정리하며 잠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화드득, 날갯짓하는 소리에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아내의 모든 고생과 시련이 다 내 탓이라 평생토록 아내를 보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며시, 아주 살며시 나는 아내의 마알간 엄지손가락을 잡아보았다 따스한 느낌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그녀의 젖은 입꼬리가 보인다. 피곤에 지친 얼굴에도, 살짝 올라간 그 입꼬리는 내게 작은 위안을 준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젖은 입꼬리를 손끝으로 스친다. 아내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들, 그리고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우리의 얼굴들.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다짐한다. 앞으로의 시간도, 아내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그녀의 젖은 입꼬리가 나의 다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아내가 깨어나면, 나는 그녀에게 오늘 밤의 이 마음을 전해줄터이다.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소중할 것이라고.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그녀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전한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우리의 사랑을. 아내의 젖은 입꼬리를 보면서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길에서 만난 이름들  (0) 2026.01.02
대지기 골목에 핀 노을  (0) 2025.11.20
웃음소리  (1) 2025.11.04
候 [후]  (0) 2025.11.03
그리움의 여름밤  (0)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