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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꿈길에서 만난 이름들 본문

내이야기

꿈길에서 만난 이름들

김현관- 그루터기 2026. 1. 2. 23:07

꿈길에서 만난 이름들

나이가 들수록 꿈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진다.
처음 동석 형이 꿈에 나타났을 때,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의 곁에 다가갔다.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깨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형이 꿈에 등장하면 곧바로 알아차린다. ‘아, 이건 꿈이구나’ 하고.

기경이도 자주 꿈에 찾아온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금세 꿈임을 안다. 그의 존재가 더 이상 현실의 자리가 아닌 저편에 있다는 사실을, 내 무의식이 먼저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꿈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추억이 떠오르고, 반가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묵직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래서일까, 꿈속에서도 나는 그들을 망설임 없이 알아본다. 그리움이 빚어낸 인식의 경계가 그렇게 내 안에 자리 잡은 탓일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꿈길에서 만나는 얼굴들이 늘어난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가 정말 꿈길을 걷고 있구나.’ 허탈함과 현실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든다. 나이가 들수록 하늘에 있는 친구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도 커진다.

최근에는 하늘로 먼저 떠나는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다. 민성이, 광진이, 정석이, 그리고 기수 형까지……. 어느새 내 곁에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이름들이 늘어났고, 나는 그들을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심장이 좋지 않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언젠가 내 차례가 올 것이라는 걸 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이미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에 남아 있는 나, 아직은 떠나지 않은 내가 있다. 이 두 세계의 입장을 오가며, 나는 오늘의 삶을 살아낸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나는 두 세계를 번갈아 건넌다.
현실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꿈에서는 떠나간 친구들을 만난다. 그 재회는 언제나 짧고 덧없지만, 바로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깊은 위로가 된다.

어쩌면 나는 꿈에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비록 꿈이라 해도, 그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내게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속 친구들의 존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소중해진다.

내가 현실을 떠나 하늘로 향하게 된다면,
나 또한 누군가의 꿈에 나타날 수 있을까. 그들과 같은 자리에서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 줄까. 그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이름이 아니게 된다.

오늘도 나는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간다.
꿈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현실에서 하루를 살아낸다. 언젠가 내가 꿈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사라지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그곳에서 다시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 그날까지 나는 이 경계를 오가며, 남은 삶을 이어갈 것이다.   20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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