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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인천 동구] 화수부두여 영원하라 본문
[인천 동구] 화수부두여 영원하라
1월 하순의 어느 날 화수부두를 찾았다.부두의 초입은 온통 공사장으로 변해 초행자는 부두를 찾아가기도 버겁게 생겼다. 그 흔한 안내 간판 하나 없어 스쳐 지나도 알 수 없을듯한 공장지대의 황량한 화수 사거리에서 샛길 하나를 들어가다 보면 닻을 만드는 조그만 "한성 닻 공장"과 붉은 벽돌로 지어놓은 제빙공장이 눈에 띈다.
눈을 돌리면 오른쪽 부두가 보이고 왼편으로 출입통제를 하는 초소가 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자물쇠가 채워 있다. 초소 앞엘 가서야 부두에 정박한 십 여척의 어선들이 보이는데 올 겨울의 지독한 한파 속에 동해 바다 추암의 촛대 바위를 얼리듯, 밑바닥이 하얗게 얼어버린 갯벌 속에 발을 동동거리며 파랗게 질린 모습으로 정박해 있다.
아주 옛날 화수부두의 주변은 허허벌판이고 파란 바다가 드 넓이 펼쳐진 풍경이었다고 한다. 연평도 파시가 있을 적에는 부두의 거리는 조깃내가 진동하고 이어지는 4월부터 새우 철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드럼통에서 넘친 새우가 발목을 적실 정도라 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조금 사리’만 되면 고기를 가득 실은 어선이 수 없이 들어와 배를 댈 곳이 없어 싸움박질할 정도였단다. 공판장은 물 좋은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쪽에선 땔감을 자르는 톱 소리에 도끼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사람들이 사라지면 정박한 배 위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대나무로 만든 엉성한 낚싯대 하나로 망둥이를 낚아 올리던 재미도 화수부두에서 겪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만선의 꿈을 잊은 지 오래다. 꿈조차 꾸질 않는다. 바다가 매립이 되면서 수로가 좁아지자 큰 배들이 이곳을 찾을 수 없게 되고 어장의 고기도 씨가 마르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바다를 호령했던 선원들도 떠나고 주민들도 떠나기 시작하면서 화수부두는 점점 늙고 허름한 동네만큼이나 힘이 쇠했다.하지만 아직 닻과 통발, 자망을 만드는 기계소리와 새로이 건조돼 가는 어선들을 보면서 화수부두가 의연히 버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며, 한 겨울의 추위에도 이곳저곳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는 뱃사람들과 근로자들이 내뿜는 삶의 입김에서 끊임없이 이어질 화수부두의 생명력을 보았다..어느 개그맨 하나가 늘 외치던 말이 오버 랩 되며 한 문장이 떠 오른다...." 화수부두여 영원하라!"
2011-01-22
화수부두 입구
한성닻공장과 제빙공장
출입통제초소
화수부두/ 김용선 / 한국 야외수채화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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