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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그 동해의 한 자리, 봉포해수욕장엘 가다 본문

여행이야기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그 동해의 한 자리, 봉포해수욕장엘 가다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5. 00:15

https://youtu.be/XIf0CX6pz4E?si=epB4TVUk1kJ6o8O5







"아빠! 우리 가족끼리 피서 떠났던 게 언제였죠?
제 기억으로는 오래전에 남해 일주 다녀 온 기억밖에 없어서요… 이번에 우리 네 식구만 조용히 한 번 다녀 오자구요."

 이번 가족여행은 이렇게 큰애의 제의로 시작되었다.그리고는 이십여일간 바다로 갈까 계곡으로 갈까 설왕설래 하다 동해바다 북단의 “봉포해수욕장”으로 정해졌다.우리 세대에 동해는 바다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돌아 앉은 세상에 하소연 하며 부르던 "고래사냥" 은 그 시절 억눌렸던 청춘을 발산하는데 기폭제가 된 대표적인 노래가 되었다.지금도 그때에 각인 되었던 동해에 대한 남다른 연민은 늘 가슴속에 꿈틀거리며 동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젊은 시절의 포효가 그려진다.

 마침내! 우리가족의 동해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늘과 바다가 푸른빛으로 하나되는 "天海同色"을 바라는 마음으로 경춘가도를 달리지만 청명한 파랑색은 어디 가고 회색빛 구름만이 내 맘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있다. 아이가 그 마음을 아는 듯 요즘 트랜드가 되어버린 "싸이" 의 "강남스타일"을 틀어 놓고 흥겹게 따라 부르고 있다.

 이윽고 큰 처제를 만나기로 한 "가평휴게소"엘 도착하였다..지현이가 오빠들과 함께 가자 졸라댄 모양이라 아내가 우리의 오롯함을 포기하고 형제의 정을 도탑게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내가 잘 할께.." 라는 아내의 약조를 믿어 봐야지..

휴게소 한 켠에서 귀에 익은 팬 플룻의 소리가 들려온다.안데스의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로스 안데스"의 공연이다.언젠가 T.V에서 시청했던 3인조 악단인가 본데 이들은 세상을 돌아 다니며 안데스의 정기를 나누는 진정한 잉카의 후예들이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차를 몰아 식사를 하기로 한 "청정조각공원"에 도착하였다.

공원은 온통 남근조형물로 뒤덮여 조카딸 보기에 남우세스러운 감도 있지만 아내는 요즘 아이에게 性을 너무 숨길 필요 없다는 대범한 말을 하는데 그래도  어색한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곳은 공원전체에 널려 있는 남근조각들과 공원 중앙의 분수대에서 뻗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바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부러움과 부끄러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분수대 주변에 함초롬 피어 난 망초와 들국화에서 꿀을 빠는 꿀벌을 보며 자연과 음양의 조화를 읽게 된다.

 인제를 지나 백담사 입구에서 정면을 바라보니 6대의 거대한 풍차가 산중턱에서 여유롭게 돌고 있다. 큰 애 회사에서 풍차의 바란싱 요청이 들어 왔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고사했다는데 전국을 돌며 회전체의 균형을 잡아 주는 녀석의 기술이 일취월장 하는 모습에서 가슴 한 켠에 자식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뭉근하니 피어 오른다.풍차가 보이는 백담사 입구를 지나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용대리에 들어서니 92미터의 매바위 인공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겨울이면 저 폭포를 얼려 빙벽등반을 한다는데 90도 직각으로 오르는 크라이머들의 열정을 보게 된다면 크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문득 산 중턱 오른편에 길쭉한 바위 하나가 홀로 서있다. “촛대바위”라고 불리는 “선바위”를 뒤로 하면서 우리는 미시령의 품안에 안긴다.

 잠깐 사이 “미시령”을 지나 고성쪽으로 내려서기 무섭게 저 멀리 설악산의 절경중의 하나인

"울산바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오고 가는 내내 차 안에서 저 "울산바위"의 모습을 담고자 꽤 많은 시행착오롤 겪다가  기어코 돌아 오는 길에 미시령 옛길로 돌아가는 결정을 하고서야 "울산바위"의 멋진 장관을 담았다. 아직 "울산바위"의 절경에 취한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비릿한 바다의 내음이 먼저 흐르는듯 하더니 어느새 청정동해의 아름다운 어촌마을 “봉포 해수욕장”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아치가 우리를 반긴다

"아~동해 바다여. 이제 곧 늘 변하지 않는 푸르름으로 내 젊은 날의 기억을 반추하게 하는 너의 품에 안기리라..."

이윽고 우리가 하루 묵을 앙증맞은 숙소에 도착했다.해변가와 맞닿은 곳이라 거실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쪽빛 바다를 볼 수 있고 동해의 떠오르는 아침해의 모습을 침대에 누워서도 바라볼 수 있어 좋다.아내와 나를 위해 특별히 월풀이 있는 곳으로 예약했다는 큰 녀석의 의뭉스러움에 한 번 웃고,테라스에서 바비큐를 해 먹으며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비싼 값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숙소와의 대면이다.

 짐풀기 무섭게 해변가로 향했다.늦은 도착으로 인해 아름다운 비키니 입은 처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며 투덜대는 아들녀석들의 원초적 본능에 슬그머니 동조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다.하지만 어떠랴! 녀석들은 동해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로 그 곳이 무릉도원이라는 내 속마음을 혜량하기나 할까?..

그런데 바다에 몸 담고 있는 아내와 처제의 모습이 어째 어색하여 자세히 바라보니 두 자매가 좀처럼 구명조끼에 적응 못하고 연신 바닷속으로 고꾸라지며 짜디 짠 바닷물로 포식을 한다. 그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해변가에 가득 퍼진다.

웃음소리를 즐기면서 느긋하게 바다에 누웠다.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느껴본 지가 언제일까? 온 몸의 신경과 근육이 이완되고 있다.그리고..챠르라니 귓가를 간지르는 물결의 속삭임에서 비로소 18년만의 폭염을 잠재우고 일과 사회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한가로운 여유를 느껴본다.

 한 시간 남짓 물놀이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서자 30분전에 저녁준비 한다며 올라간 큰 녀석이 화장실 에서 꺼내 달라며 비명을 지른다.걸쇠가 고장나 지금까지 갇혀 있는 중이란다..최대한 즐거워야 할 여행중에 이런 불편함이 발생하는 것은 업소들의 안이한 자세가 문제다.

언제나 쾌적한 서비스 문화가 성숙하려는지...

 테라스에 빗방울이 후드기고 있다.결국 옥상에 준비된 바비큐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등심과 목삼겹 그리고 프랑크소시지와 야채구이로 바비큐를 하는 아들애가 분주하다."야외에선 남자가 식사준비 하는 거라죠?" 연애를 하며 여자 친구에게 잘해 주더니 이제야 가정을 생각할 줄 아는 남자로 철이 드나 보다. 사랑이 향기처럼 퍼지는 그윽함에 잔잔한 미소가 떠 오른다.

 숯불의 열기에 훅하니 달아오른 식구들의 붉으레한 얼굴과 함께 만족한 여름날의 저녁이 익어가고 있다.옥상에서 바라보는 해변의 모습은 눈 앞에 거칠게 없어 더욱 아름답다.왼편 해변 끄트머리로 보이는 “천진항”의 불빛이 아름답고, 오른편에 “봉포항”의 방파제 가로등 불빛이 푸르스름하니 명멸하는 가운데 해변에서 오늘을 보내는 낯선 방문객들이 쏘아 올리는 불꽃의 파편들이 정겹다.

 아이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검은빛 바다 저 편에 길게 드리워진 오징어배의 불빛에서 내 삶의 풍요를 기원하고, 바닷가에 홀로 서있는 원색의 파라솔에서 함께 있어 행복함을 깨닫는다.

오랜만의 나른한 휴식이며 기분 좋은 만족감이다.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 한 자락 귀에 담아본다. 잠시 노래 하나가 나즉하니 울린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 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오늘! 긴 세월동안 그리던 동해의 꿈을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맞이 하였고, 봉포해변가에 추억으로 담아 두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찾아 이곳에 오는 날.. 또 다른 조그만 예쁜 고래를 맞이 하련다.

 2012.8.18      - 그루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