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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강원강릉] 친구들과 겨울바다로.. 주문진과 휴휴암 - 첫째날 본문
친구들과 겨울바다로.. 첫째 날
주문진과 휴휴암
얼마 전! 아프고 때론 벅찼던 지난 한 해를 기억하며 바다에서 배 한척 띄우고 술잔을 기울이자는 석이의 제의에 배짱을 맞춘 우리는 동해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영서지방에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뻥쟁이 기상청의 예보를 무시하고 떠난 덕분에 한 겨울답지 않은 부드러운 날씨와 한갖진 도로의 혜택을 받으며 1박2일의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행 떠나기 전날이면 빨래와 집안정리를 하는 결벽증으로 한 숨 못 잔 아내를 위해 큰애가 출발장소까지 배웅해 주고 돌아 갔고,두열이와 석이 윤석이 그리고 나,이렇게 네 친구부부는 동해바다를 향해 기분 좋은 출발을 했는데 연말 후유증을 앓고 있던 두열이 부부가 속쓰림으로 피곤하게 다녀 마음이 안 좋다가 어스름한 저녁에 이르러서야 다시 활기를 찾으며 특유의 흥취를 보여 주어 다행이었다.
용인을 지나면서 차창밖으로 스치는 산구릉마다 조금씩 설경을 보여 주더니 대관령에 다가 설수록 점점 그 아름다움은 더해 가고, 그 동안 변변하게 눈 구경을 못한 우리의 눈에는 여행을 떠난 들뜬 기분이 더해지면서 화려한 눈의 잔치에 연신 감탄사를 토할 수 밖에 없었다.
운전을 자청한 석이가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물꼬를 풀어 나갔다. 영남의 기준이 무엇이며 호서의 호가 어느 호수를 의미하는지.. 스마트폰으로 궁금증을 풀어 가며 기기들이 주는 편리함과 반대로 줄어드는 뇌활동이 치매에 끼쳐질지 모르는 영향과 부모님얘기들을 하며 다소 가라 앉던 분위기가 딸기를 먹고 싶었던 윤석이 손주의 앙증맞은 할아버지 사랑법에 다시금 화기애애하게 바뀌면서 평안한 얘기가 꼬리를 이으며 대관령을 넘었다.
대관령을 넘어서자 설경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맑고 파란하늘이 펼쳐지면서 아주 다른 정경을 보여 주는데, 산 하나 넘어 바뀐 경치를 바라보며 작은 나라지만 우리가 살아 가기엔 커다란 자연이라는 것을 새삼 깨칠 수 있었다.이런 기분은 여행을 떠나 시시각각 주변이 바뀌어 가는 풍광을 볼 때마다 느꼈는데, 여행을 자주 떠나던 재작년은 이런 저런 깨달음이 쌓이며 스스로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었고, 주변 분들도 그런 나를 편하게 대해 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강릉 I.C를 나와 7번국도엘 들어 서면서 서서히 동해바다가 보여 해안도로가의 멋진 경관이 펼쳐진 카페앞에 차를 세웠다..차 안에서 웅크리던 심신을 펴는 것도 펴는 것이지만 거칠 것 없는 시야를 우선 머리속에 입력해야 하기때문이다. 도심의 갑갑함을 느낄 떄면 언제고 끄집어 내 지금의 시원한 기분을 되새기며 활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의 이름은 "시인과 바다".. 드라마촬영을 했다고 자랑스레 간판을 걸어 놓은 이 곳에서 첫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윽고 싱싱한 해물의 내음이 퍼져 있는 주문진에 도착해 도루묵과 곰칫국을 먹고 바닷가로 구경을 나갔다. 확실히 뻘로 인해 탁한 빛을 보이는 서해안과는 물색이 다른 동해만의 매력이 다가선다. 마침 입항하는 어선과 정박한 어선들에 매달린 집어등에 따뜻한 겨울햇빛이 부드럽게 비치고 친구들의 발길도 한가롭다. 수협을 지나 어민들이 운영하는 어시장에서 각종 생선들의 가격이 눈에 도드라짐을 알 수 있는데,특히 횟감 오징어값이 무려 23마리에 만원이라는 싼 가격에 놀라는 아내와 친구들의 표정에서 재미까지 엿볼 수 있으니,해물을 좋아 하는 나로서는 확실히 서해보다 동해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설 밖에…
주문진에서 허기를 채우고 어시장의 정취를 맛 본 우리들은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며 눈에 닿는 곳을 들르기로 하였는데 처음 들른 곳이 "하조대"가는 해변가에 있는 “휴휴암” 이라는 암자였다.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커다란 "지혜관음보살상"을 보며 마치 중국의 한 절에 와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알고 보니 이곳은 십여년전 암자의 앞바다에 누운 부처님형상의 바위가 발견 되며 불자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일출의 명소로도 유명해졌다.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휴휴암"!~ 팔진번뇌를 쉬어 간다는 이 암자는 동해의 절경을 품은 절중에 하나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하겠으나 경내에 흉물스럽게 걸려 있는 동부그룹회장과 사찰간의 토지를 둘러 싼 소송의 내용이 걸려 있는 현수막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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