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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세종시] 비암사(碑巖寺)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본문

여행이야기

[세종시] 비암사(碑巖寺)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3. 01:00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형님들과 운주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비암사(碑巖寺)에 다녀 왔다. 이 절은 신라 말기 즈음 지어진 천년고찰로 알려져 있다. 절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을 보고 500여 미터를 들어가다 보면 자그마한 '도깨비도로'의 표지판이 보인다. 약 100여 미터 가량의 착시 도로인데 궁금증을 못 참고 시동을 껐더니 역시 오르막길에서 뒤로 후진하는 모습에, 새삼스레 사람의 불완전함만을 깨달으면서 비암사로 향했다. 좁은 언덕길을 지나 800년이 훌쩍 넘은 느티나무 옆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이런 글귀를 볼 수 있다.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절에서 조용히 떠들지 말고 다녀가라는 의미보다는 자연과 같이 그렇게 조용히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큰 뜻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시끄럽고 혼탁한 세상에 제 잘난 맛에 애쓰며 살기보다 그저 표 없이 다녀가라는 조용한 울림을 느껴 보고,

'대저 천지가 생긴 이후 천하만국중에 인심이 괴패하고 타락하여 제 본성을 잃은 것이 지금 세상 같은 적이 없으니, 붕당의 병통이 이대로 나가 고침이 없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슬픈 일이다' .라고 통탄을 하는 조선시대 이 중환 선현의 택리지 중의 글귀가 떠오르니 '오적'의 대상자들중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는 자들은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를 보면서 삶의 이치를 되새겨 보기를.. 

2019.9.29 그루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