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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새해 소망 본문
새해 소망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는 토끼의 해~ 신묘년입니다. 토끼 하면 매우 영특한 꾀돌이를 연상하게 되는데 아마 별주부전의 이미지가, 긴 세월 흐르며 우리네 마음에 각인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구내식당에서 신년맞이 행운의 (포춘) 쿠키를 나눠 주었지요. 제 쿠키에는 " 새해에는 꼼짝달싹하기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후련하고 개운해지게 될 것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깟 쿠키에 적힌 글을 믿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개운해지고 후련해진다는 글귀를 접하고 나니 은근히 올해가 잘 풀려 나갈 것 같은 바람을 갖게 되네요. 사람들에게는 이렇듯 세상사 모든 일들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이기적인 버릇이 있나 봅니다.
사실 작년에는 마음에 안 맞는 몇 사람과 신경을 쓰며 생활하느라 아주 힘든 한 해를 보냈지요. 올해 역시 그네들과 신경전을 벌이며 피곤한 일상을 지내야 할 겁니다. 이미 흉중에 각오는 했지만 잠시나마 쿠키로 인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되어 한결 가쁜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좋은 여건만 있을 수는 없을 테니 현명하게 대처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살아가야겠어요.
올해에는 세상과 소통하며 교우를 맺던 친구들 중에 딱 한 친구만 만나면 좋겠습니다. 삶의 이치를 어느정도 알고 난 뒤 근 20여 년을 함께 지내던 소중한 친구인데 잘못된 인연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끊어 버린지 벌써 이년이나 흘렀어요. 함께하며 수많은 부침을 겪던 친구라서 더욱 절실하게 보고 싶습니다. 오래된 친구는 무엇보다 그저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푸근
해지고 서로의 속을 잘 알고 있어 대화도 잘 이루어지며 마음도 편하지요. 이런 친구는 오랜세월 공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존재라 더더욱 찾고 싶은 마음이 깊어집니다.
긴 세월을 살아가며 얻는 삶의 성과물들이 우리네 인생의 금고에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베풂이라는 나눔의 상자를 금고의 맨 앞에 놓아두고, 주위의 모두에게 베풀고 나누는 따뜻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굵어가는 주름에 깃든 연륜에 지혜를 덧붙여 소중하게 포장해서 금고의 아래칸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소중히 활용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나머지 공간에는 미소와 사랑을 가득 채워 넣고 틈을 살짝 내어 쉼 없이 솔솔 새어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하지만 금고에 넣지 말아야 할 것도 있지요.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에 스며 있는 삶의 피곤함과 근심 걱정들일랑 이 겨울 삭풍에 휘이 날려 보내야지요. 올해에는 이렇게 인생의 금고로 세상을 푸근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긴 세월동안 얻은 소중한 인생의 자산들을 벼리고, 지혜를 나누며 가꿔, 내 자식들이 올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말은 쉬워도 실행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간 살아온 삶이 반영돼야 하니 난감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살아온 인생에서 아주 작더라도 세상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 작은 부분이 소금이 되고 밀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촛불 하나로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듯이. 인생의 금고를 잘 활용하면 온 세상도 푸근하게 채울 수 있을 겁니다. 새해의 소망입니다..
2011 - 1 - 1
2011년 1월 1일 08:00 영종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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