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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벚꽃을 기다리며 본문

내이야기

벚꽃을 기다리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6. 18:42

벚꽃을 기다리며

봄은 춘분부터 하지까지이고, 기상학적으로는 3월부터 5월까지다. 벌써 4월 중순이니 이미 봄은 절반 가까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달력으로는 완연한 봄날인데 인천의 꽃소식은 아직도 뜸하다. 저녁이면 아직도 서늘하여 꽃이 피기에 맞춤인 기온이 아니다. 봄이 왔어도 봄을 느끼기에 부족한 연유이다.

봄에 피는 꽃은 동백과 매화, 그리고 산수유에 이어 개나리와 진달래를 위시로 벚꽃과 철쭉이 절정을 이루고서야 끝이 난다. 인천에서는 동백이나 매화 그리고 산수유등의 군락들을 볼 수 없어 아랫마을 사는 이들처럼 눈 호사를 할 수는 없지만 간혹 담장 밖으로 조신하니 내비치는 산수유의 노란 자태를 구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길가에 노르스름하니 감질만 돋우던 개나리가 이제야 만개하고, 곳곳의 벚꽃도 바알가니 기지개를 켜는데 아직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족하지 않아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하겠다. 자유공원이나 월미산의 흐드러진 벚꽃과 눈 마중을 해야 비로소 나의 봄을 느낄 수 있을 텐데, 그저 남의 동네 꽃소식이나 들으며 군침만 삼키고 있다.

게다가 이태전부터 장관을 연출하는 공항동로의 벚꽃길 역시 아직까지 붉은 기운만 띄고 있을 뿐 일주일은 더 지나야 고혹스런 자태를 내보일 것 같아 이래저래 벚꽃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꽃은 늦을 뿐 이윽고 피어난다. 봄이 늦는다고 여름이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매년 봄이 짧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추운 겨울이 봄의 따스한 품에 안기고 싶어선지, 봄이 겨울이 떠나감을 아쉬워하느라 그러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두 계절의 사무친 연애질에 애꿎은 우리들만 매년 긴 겨울 짧은 봄을 아쉬워하며 보내고 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태평양을 건너 온 친구와 저녁을 하기로 하였다. 일찌감치 자유공원에서 만나 벚꽃 구경하면서 그 꽃향기에 흠뻑 취하게 해 주마 큰소리를 쳤는데 과연 그날까지 내 마음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줄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꽃을 즐기는데 남녀의 구분이 어디 있으랴마는 다행히 모임의 유일한 여성 멤버가 개인사로 불참하겠다 연락이 와 벚꽃 개화를 향한 나의 심적부담이 다소나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꽃구경에 대한 기대를 하고 올 두 친구에게 자유공원에서 펼쳐지는 멋진 벚꽃들의 향연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남아 있다. 부디 하늘이 친구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시기를 바랄 뿐인데, 올 들어 처음 듣는 개구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은 어인 일일까...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