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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70년대 서울 풍경 / 우리 어릴 적에 본문

내이야기

70년대 서울 풍경 / 우리 어릴 적에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6. 00:17

70년대 서울 풍경 / 우리 어릴 적에

70년대 우리 이웃들이 살아가던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니 애틋함과 그리움이 물결치듯 가슴에 와닿는다. 사진 속 저 멀리 보이는 동대문 운동장에서 관중들의 함성이 들리듯 하고, 이제는 사라진 3.1 고가도로의 당당함은 2003년 6월 역사 속으로 사라져 추억으로 간직되었다.

어느 해 김장시장의 풍경이 친근해 보인다., 고동을 삶아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니 우리들의 옛 모습이 다가오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에게서 시절의 기억이 떠 오른다. 판잣집 늘어선 어느 신작로 길에 아빠에게 어긋나게 손을 잡혀 마지못해 끌려가고 있는 소년의 뒷모습이 짓궂고, 금성 아이스크림 통에서 그 시절의 달콤함이 묻어 나오는데, 왼편 담벼락에 붙어 있는 광고판에 답십리 극장이라는 글자가 와락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낸다.

겨울이 물씬 느껴지는 사진 한 장..... 감자를 굽고 있는 아저씨의 손길에 넉넉함이 묻어 나온다. 문득 보이는 왼손에 시선이 저리지만,. 옆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번데기의 구수함이 코끝을 맴돌며 식욕을 동하게 한다. 이른 아침 동네 언덕배기에서 힘차게 외치는 "국민체조 시~작"이라는 구령과 함께 익숙한 "빠~바바바 밤... 빠바 바바 밤..."의 음악소리가 귓전에 울리며 앙증맞게 고개를 젖히는 단발머리 소녀의 귀여움에 싱긋 미소를 짓게 하지만, 43.2리터에 3원이라는 공동수도 앞에서 물지게를 지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보자니 삶의 궁핍함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궁핍함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저 사진 끄트머리에 우리들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해 줄 "태극당" 간판이 눈에 띈다. 종로의 "고려당"과 더불어 모나카로 유명했던 동국대 앞의 태극당 사진을 보면서 나팔바지에 빵집을 누비던 그 시절의 옛 감성을 자극해 보자...

청량리역사의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파란색 여름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보이고, 요즘에는 듣기 힘든 판탈롱이라는 바지를 입은 아가씨의 모습도 보인다. "판탈롱" " 태극당 " "파란 교복 " 이 모두가 우리 젊은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이쯤 되면 박 인환의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쯤 읊조려야 격에 맞지 않을까 싶다.

2012. 4. 9 

* 서울 풍물시장에 다녀오면서
이층 오르는 통로에 70년데 서울 동대문 주변의 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목마와 숙녀 /詩.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70년대 서울 풍경 • 71문 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동대문에서 바라본 동대문운동장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