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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수집책으로 찾아본 초등학교 추억들 본문
우표수집책으로 찾아본 초등학교 추억들
책상 서랍이 잘 닫히지 않아 서랍을 빼어보니 저 안쪽에 먼지 묻은 초등학교 시절의 우표수집책이 걸려 있다. 언젠가 찾다 눈에 띄지 않아 단념하고 말았는데 컴컴한 서랍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나 보다.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며 사소한 것까지도 옛것을 그려하는 마음이 촘촘해지다 보면 소소한 물건 하나라도 애틋한 마음이 더하고 우표수집책 같은 어린 시절의 손때가 묻은 것을 보면 그 시절에 동동거리던 아련한 기억도 함께 떠 오르게 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념우표", "뤼브케 독일 대통령 방한 우표", "조선우표" 싸구려 "베트남 우표"등등.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모으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르다 내친김에 우표를 구입하던 문방구가 아직 있을까 하는 허황스런 기대감으로 초등학교 주변의 항공사진을 찾아보았는데, 본의 아니게 아주 난감한 모습을 보고 말았다.
학교의 정경은 얼마 전 초등학교 총동창회 카페의 선배님께서 수고롭게 사진을 찍어 올려놓아 익히 변화된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학교 주변의 모습을 찾은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 조금은 설렘을 갖고 보았는데 학교를 중심으로 앞쪽과 왼쪽 옆구리가 흡사 폭격 맞은 것처럼 허연 속살을 까 뒤집어 황폐한 몰골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른바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한창 진행 중인 상태인 것 같은데, 찾고자 하던 문방구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동대문여중 뒷담 길로 다니던 어린 시절 등하굣길 역시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다. 사노라면 낡은 것이 불편해 새롭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로 인해 옛 기억의 한 자락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상처를 받는 중년 사내의 동심을 그리는 마음도 있음이 새삼스러워진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 중할까! 이렇게 마음 한 구석에 저릿함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못하였다.
그래도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이 존재하고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가만가만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간데메 공원"이라는 내게는 너무도 생소한 공원 앞쪽에 장 정식이라는 친구의 집은 그대로 남아 그 아이의 선한 얼굴을 되살려 볼 수 있게 하고, 함께 어울려 놀던 귀석이의 통통하고 짓궂은 모습도 함께 떠올리며 옛날로 되돌아간다.
한 번 되살린 기억들은 꼬리를 물고 그 시절의 단편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공을 주으러 담을 넘던 "전매청 "자리는 "빛과 진리교회"가 되어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그 담장의 가시철망에 걸려 엉덩이 부분이 찢어져 너덜 해진 남색 반바지가 생각나고, 몹시 추운 겨울 햇살을 받으며 경미 극장 앞 공터에서 글리세린 바른 터진 손으로 구슬치기 하던 개구쟁이들의 모습도 그려진다.
지금은 아파트로 바뀐 대리석 공장의 거대한 대리석 원석을 놀이터 삼아 숨바꼭질하던 기억도 아련한데, 쌍굴다리 옆 588에서 아버지 손을 끌던 여인네의 빨간 매니큐어 바른 손톱이 지금 왜 찡하니 가슴에 와닿는지...
하지만 그 모두 수십 년 되어가는 옛 생각이라 머리카락 희끗한 중년의 사내가 그 시절을 반추하면서 끄덕끄덕 잃어가는 추억이 아쉬워 삐딱한 시구를 한 자락 읊조리고 있는 모습만이 가엽구나.
오십 년 전 살던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 서니
산천도 간 곳 없고, 인걸도 흔적 없네
오호라 재개발은 추억마저 앗는구나...
야은 선생님께 죄송함을 일러야 마땅하다...
201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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